[제주=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다음이 아름다운 섬 ‘제주’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름만 제주 본사가 아니라, 실제 제주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이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제주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합격점을 얻고 있다.
기자는 지난 20일 제주도의 거센 바람 속에 다음 본사를 찾았다.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위치한 사옥 ‘스페이스닷원’은 제주의 랜드마크가 돼 지난해 4월 완공 이후 1만명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는 명소가 됐다.
◇다음 제주 본사 '스페이스닷원'(사진=최준호 기자)
◇제2 사옥 건설에 지역공헌사업도 박차.. 본격적인 제주기업 자리매김
스페이스닷원 입구로 들어서니 업무공간과 게스트하우스로 채워질 두 번째 제주 사옥 ‘스페이스닷투’와 보육시설인 ‘스페이스닷키즈’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스페이스닷투는 게스트하우스와 업무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다음의 제주사옥인 ‘스페이스닷원’에는 미디어다음 임직원 등 현재 350여명의 직원이 근무중이며, 스페이스닷투가 완공되면 300여명의 인원이 제주에서 새 둥지를 틀게 된다.
◇스페이스닷투 조감도(좌)와 다음 직원들이 직접 돌담을 세워만든 텃밭(우)(사진=다음, 최준호 기자)
두 사옥 사이의 빈공간에는 직원들이 손수 돌을 주워와 제주도식 돌담으로 경계를 만들어 놓은 텃밭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음 직원들은 텃밭가꾸기 동호회를 결성하고, 주말이면 자녀들과 이 곳을 찾아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스페이스닷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털모자에 털목도리를 쓴 다음의 명물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아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 돌하르방은 다음의 대표적인 지역공헌활동의 상징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돌하르방은 인터넷 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 제주이웃의 ‘소원’을 매일 접수해 심사를 거쳐 소원을 이뤄주고 있다.
다음은 제주의 청소년, 장애인, 다문화가정의 소원을 이뤄주는 이 사업의 예산을 지난해 대비 약 3배 늘렸으며, 내년에도 사업규모를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제주 다음 사옥의 상징 '인터넷하는 돌하르방'이 털모자와 털목도리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사진=최준호 기자)
이 외에도 다음은 ‘다음트랙’이라는 산학연계프로그램으로 제주 내 대학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제주 아이들을 위해 총 4곳의 ‘올리볼리관’을 제주도에 설치해 필리핀, 몽골, 베트남 등 다른 나라의 동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공간을 꾸며가는 등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진행하고 있었다.
육심나 다음 사회공헌팀 팀장은 “'즐겁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아름다운 섬 제주기업으로써 제주도민들이 필요로하는 더 즐거운 지역공헌 활동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다음은 서울 한남동 사무소와 제주도에서 송년회를 열고, 임직원 기부금과 바자회 수익금을 합쳐 3600만원을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뜻 깊은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음 송년회 행사 한편에 마련된 다문화 음식 체험 코너에, 제주도에 사는 다문화 주부들이 초정됐다. 다음 직원들은 다양한 다문화 음식을 체험하고 자율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기부금을 냈다(사진=최준호 기자)
◇ 다음人에게 제주는 스쳐가는 곳이 아닌 '정착할 공간'
다음은 지난 2006년 글로벌미디어센터(GMC, Global Media Center)를 완공하고 첫 제주 근무를 시작했다. 설립 초기 지방근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일부 직원들이 이탈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근무 지원자들이 자리가 없어 제주도에 못 내려 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유경 다음 홍보 담당자는 “같은 부서에서 서울과 제주 근무자가 나눠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IT기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화상회의, 사내매신저의 적극적 활용 등으로 업무효율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며 “제주 근무자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제주지역 근무를 선택한 만큼 업무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다음 제주 근무자들 중 한적한 공간에 주택을 짓고 가족이 함께 사는 등 제주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또 기존의 300여명의 직원들에 이어, 올해는 9명의 새내기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꿈을 찾아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렸지만 이미 기존 직원들의 신청이 많이 밀려 있어, 제주 근무를 희망하는 모든 새내기 직원들이 내려오지는 못했다.
도시에서의 세련된 생활을 뒤로하고 섬으로 들어온 이들은, 점차 제주도의 생활에 적응하며 ‘제주인’이 돼가고 있다.
신입사원인 라요한 검색품질팀원은 “입사 초기에는 2주에 한번씩 인천의 집에 다녀갔지만, 이제는 명절을 제외하고는 제주도에 쭉 있다”며 “주말에 새로운 오름(해안까지 개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소형 화산체)을 찾는 재미, 퇴근 이후 마음 맞는 사람들과 꿈을 위해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라요한 씨는 "많은 부서 선배들이 제주에 전원주택을 지어 생활하고 있는데, 때가 되면 제주도에 나만의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입사원인 정예지 소셜미디어팀원은 “입사 시 제주도 사옥 투어를 왔을 때만 해도 제주근무는 꿈도 꾸지 않았지만, 기회가 주워졌을 때 새로운 삶을 꾸려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에 내려오게됐다”며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껴질 정도로 일상 생활에 여유가 있다 보니, 서울에서보다 회사 생활도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예지 씨는 “서울 회사 선배들이 제주도에 가면 남자 싱글 직원들이 많아 금방 남자친구가 생긴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 아쉽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다음의 제주도 이전 실험은 당초 업무 비효율화라는 물음표가 많았지만, 여유로운 생활이 개개인의 직장만족도와 업무 집중도를 향상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해 가는 모습이다.
다음은 스페이스닷투에 이어 향후 세 번째 사옥인 ‘스페이스닷쓰리’도 건설해 제주 지역 근무자 수를 더욱 늘려갈 방침이다.
◇정예지(좌), 라요한(우) 다음 신입사원. 제주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사진=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