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산업기상도)은행-제한적 회복, 보험·카드-치열한 생존경쟁 예고

(연말특집)⑧저금리·저성장 기조 소폭 개선 전망
제2금융권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분주'

입력 : 2013-12-26 오후 11:48:04
[뉴스토마토 고재인 이종용 임효정기자]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올해 금융권은 대기업의 부실, CEO들 대거 교체, 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 신뢰도 추락 등으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STX조선해양과 쌍용건설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은행권 손실 증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및 비자금 조성, 국민주택채권 위조 및 횡령, 은행권 고객정보유출,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 강화, 자동차보험료 인상 억제, 카드사 부가서비스 폐지 규제 강화 등 금융권은 악재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소비자보호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금융권 압박의 강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4년 금융권은 올해보다 경기 상황이 소폭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올해 금융권 경기는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과 함께 내년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경제활성화 정책 등으로 일정부분 규제완화도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열린 금융계 인사 간담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금융강국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서 내년 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 NIM 하락세 멈추고 대손 감소..실적개선 전망
 
올해 기업 구조조정 여파와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 순이자마진(NIM) 축소로 고전한 은행들의 내년 성장성 및 수익성이 제한적으로나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확실해 이자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은행의 당기순이익도 내년엔 7조원 수준으로 개선세를 보일 전망이다. 비이자이익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NIM 소폭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하며 대손비용도 예년수준을 유지해 은행 당기순이익이 7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NIM 하락세가 멈추고 대손상각비가 감소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국내은행 당기순익 및 NIM 추이(자료출처: 금융감독원. 2013년, 2014년은 시장 전망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11조8000억원) 이후 지난해 8조7000억원으로 하락했다. 금융연구원 등 시장에서는 올해 은행권에서 5조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내년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 NIM도 소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NIM은 2.1%이며 올해는 1.9%로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용옥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9월보다 0.07%포인트 하락했지만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9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NIM 하락세가 멈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시기가 아직 불확실해 NIM이 올해와 동일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있으나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바젤Ⅲ가 도입됨에 따라 은행의 최저자본규제도 세분화된다. 지금까지는 총자본이 위험가중자산의 8% 이상이어야 했지만 세분화에 따라 보통주자본과 기본자본이 각각 3.5%, 4.5% 이상이어야 한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내년 은행권 순익 추정치가 올해보다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지난 2011년과 지난해에 비하면 제한적"이라며 "이에 이르려면 기준금리 인상, 수수료 이익 유지, 대손비용 절감 등 전제조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 대형사와 중소형간 양극화 심화
 
내년 보험업계는 타 금융권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영상황을 가져갈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는 심화될 전망이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소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올해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지배적이다. 대형사의 경우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인한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대형사의 경우 향후 몇 년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되지만 중소형사는 내년부터 당장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전업사의 경우 자동차보험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4~9월)중 보험사의 총 당기순이익은 2조8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2708억원 대비 12.1%(3965억원) 감소했다.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0.7%(131억원) 감소했지만 손해보험사의 경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25.5%(3834억원)로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같은 영업실적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영향으로 금융권 자산이 퇴직연금 등으로 쏠리면서 보험업계는 퇴직연금 부문을 중심으로 일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실제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중 보험 및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3분기 기준 28.6%(740조4000억원)를 차지해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은 2012년말 27.4%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장기 저축성예금(26.6%)을 넘어섰고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료출처=한국은행)
 
이와 함께 보험사들이 올해 대거 CEO를 교체하는 등 새로운 경영이 예고된 만큼 내년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올 한해 보험사 43개 중 손해보험사는 8개, 생명보험사는 6개 등 총 14개 보험사가 CEO를 교체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치열한 영업경쟁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손해보험 업계 4위의 LIG손해보험의 매각, 경영정상화 차원의 조직슬림화를 위한 인력구조조정, 일반보험의 인터넷 판매 활성화 등으로 시장의 판도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보험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규제 강화에 나서는 것"이라면서 "규제 강화 영향 등으로 위축된 시장에서 중소형사들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드, 수익 감소 불가피..新성장동력 '빅데이터' 눈길
 
2014년을 바라보는 카드사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가맹점수수료 개편, 금리인하 등 연이은 규제로 내년도 역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자료=뉴스토마토DB)
올해 1~9월 7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362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148억원) 대비 3520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주범이라고 여기는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고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체크카드 이용액이 사상최고치에 달했다.
 
지난달 체크카드 이용액은 8조4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증가했다. 전체카드 가운데 체크카드 비중도 18.2%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대출서비스, 연회비 등이 포함된 신용카드에 비해 체크카드는 수익성이 낮아 카드사 입장에서는 체크카드 인기가 달갑지만은 않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체크카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체크카드 비중이 향후 3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상가상 이달부터 대출금리도 인하되면서 내년 수익성 악화는 가속될 전망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맹점수수료 개편에 이어 카드론, 현금서비스등 대출금리가 인하되면서 내년도 카드사 수익에는 긍정적인 면이 없다"며 "특히 지금까지 수익 감소분을 부가서비스 축소를 통해 만회했지만 앞으로 부가서비스도 쉽게 줄이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이 규제하면서 수익악화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카드사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섰다. 바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이다.
 
지난 9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카드사의 허용 부수업무 가운데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서비스가 포함되면서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직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이 수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허용된 범위 내에서 향후 수익모델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구매 패턴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통한 사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데이터가 방대해진다면 수익모델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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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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