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안내데스크가 설치된 입구에 들어서면 여기가 정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육성) 공간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또 독립된 공간마다 10~20여명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사무실이 넓다.
판교테크노벨리에 위치한 넥슨 파트너즈 센터(이하 NPC)를 찾은 첫 인상이었다.
NPC 판교점은 약 1900m²의 면적에 12개 회사 120여명이 일할 수 있게 조성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시설로 국내 최대의 게임사 ‘넥슨’이 운영한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NPC 선릉점과 더불어 최근 개소한 이 곳은 현재 엔랩소프트 엔토스게임즈, 코쿤게임즈 등 10여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넥슨파트너즈센터 판교점 내부 시설, 안내데스크, 회의실, 공용공간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사진=넥슨)
◇’보육’보다는 ’자율’에 초점이 맞춰진 인큐베이팅 공간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일단 1년기간이 보장되는 센터 입주가 확정되면, 거의 모든 부분들이 입주사들의 자율에 맡겨진다는 점이다. 다른 인큐베이팅 공간은 주기적으로 성과를 발표하거나, 센터 측이 마련하는 교육을 받는 등 일정한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 것이 보통이다.
장유리 넥슨 모바일BD팀 팀장은 “아무래도 게임사들은 개발 환경에 대한 자율 의지가 강하고, 자신들의 게임은 개발하고 있는 분들이 가장 많이 안다”며 “넥슨은 회사 경영이나 법무적인 도움을 비롯해, 시장 조사 결과나 넥슨 내부에 쌓인 게임 노하우 등을 입점 업체들에게 공유해준다”고 NPC의 역할을 설명했다.
또 NPC가 넥슨과 게임스타트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지만 이 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넥슨 외의 회사들과도 자유롭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을 수 있고,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
◇NPC 판교점 입점 업체 안내판(사진=최준호 기자)
장유리 팀장은 “이 곳에 입주한 회사들 중에
NHN엔터테인먼트(181710)나 네시삼십삼분 등 다른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은 곳들도 있는 등 외부 활동에 전혀 제약이 없다”며 “넥슨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파트너를 찾아서 입주사들이 더 발전할 수 있다면, 이 또한 NPC의 설립 취지에 맞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PC는 넥슨이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관리비를 전액 지원하며, 입주하는 업체들은 개별 사무공간과 더불어 회의실 탕비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판교점의 경우 인근 넥슨 네트웍스 사옥의 카페테리아와 식당도 사용할 수 있어 효율적인 업무시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NPC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장 팀장은 “입점신청 시 게임이 개발된 실물이 있으면 가장 좋고, 게임에 대한 설명 자료만으로도 입점한 사례도 있다”며 “단, 스타트업 기업들이기 때문에 팀에 대한 설명, 팀원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 등 회사 설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당(위)과 탕비실(아래) 등 부대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사진=최준호 기자)
◇제2의 ‘문래빗’ 나올까..내년 성과 기대된다
현재 NPC에는 판교점과 선릉점을 합쳐 18곳의 독립공간 중에 13개 업체들이 입주해 게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NPC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업체는 ‘판타지러너즈’를 개발한 '문래빗'이다.
지난 2월 입주 당시 3명의 직원이 전부였던 이 업체는, 판터지러너즈의 흥행 성공과 더불어 지난 10월말 넥슨으로부터 지분투자까지 이끌어내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도 NPC 판교점에는 제2의 문래빗에 도전하는 열정 넘치는 팀들이 게임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엔토스게임즈의 정승호 대표는 “지난 8월 창립한 신생업체지만 기존 유명 밀리터리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던 팀원들이 모여,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NPC처럼 넓은 공간을 독립적으로 제공해주는 곳이 많지 않고, 1년 이란 기간도 다른 보육시설에 비해 길어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정승호 엔토스게임즈 대표(위)와 문래빗 사무실(아래). 깔끔한 업무공간이 눈에 띈다(사진=최준호 기자)
엔토스게임즈와 같은 입주사들이 얻는 또 하나의 장점은 ‘넥슨’의 검수를 1차적으로 통과했다는 이점 덕분에, 투자 유치나 퍼블리셔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스타트업 게임 개발사들이 실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확률을 10~20%로 보고 있는데, 투자자들 입장에서 스타트업 게임업체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넥슨에 의해 한번 검증된 NPC 입점 업체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그만큼 앞으로의 성과도 더 기대받고 있다.
장유리 넥슨 팀장은 "전국의 수많은 스타트업 업체들이 꿈을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고, 이곳 NPC 입주업체들도 옆에서 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록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며 "NPC가 이런 분들의 옆에서 올바른 등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