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야구장 신축 공사현장 내부. 좌측 불펜, 중앙 경기운영석·스카이박스, 조명탑 등이 한 눈에 보인다. (사진=이준혁 기자)
[울산=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해까지 영남 지역에서 1군 프로야구 정규 경기가 열린 야구장은 세 곳 뿐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홈인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롯데 자이언츠의 홈인 부산 사직야구장, 롯데 자이언츠가 쭉 써오다가 올 시즌부터 NC 다이노스가 사용 중인 창원 마산야구장이다.
하지만 올해 한 곳이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에 다시 한 곳이 추가된다. 올해 포항야구장서 삼성 홈경기와 올스타전이 치러졌고, 내년 시즌엔 울산야구장에서 롯데의 일부 경기가 열리는 것이다.
울산야구장은 당초 구상에 비해 줄어든 1만2059석 규모의 야구장으로, 공사에 298억원가량이 투입됐다. 하지만 정규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야구장이 전혀 부럽지 않은 관중 친화적으로 건설된 최신식 중형급 야구장이다.
공정률 83%로 완공을 얼마 남기지 않은 울산야구장을 최근 찾았다. 부지면적 6만2987㎡, 건축연면적 1만4603㎡에 지상 3층 규모의 중소 야구장으로 빠른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울산야구장은 내년 3월이면 완성된 모습을 드러낸다.
◇교통요지임에도 대중교통 접근성 아쉬워
울산야구장은 울산시민에게 매우 익숙한 곳인 문수월드컵경기장 남측 부지에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울산시 남구 옥동 울산체육공원 내'이다. 이 체육공원 내 다른 시설과 달리 왕복 6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지만 동일한 권역의 시설로 묶여졌다.
현장을 실제 둘러보니 자가용이 있는 사람일 경우 울산 서부 지역이 중심인 신복로터리와 가깝고 남부순환도로 등지을 활용한 구장 접근 또한 어렵지 않아 보였다. 주말 경기의 경우 부산울산고속도로와 국도 7호선을 통해 양산·부산 지역의 야구 팬들이 방문하기에도 수월하게 느껴진다. 지역의 대표적인 대학교인 울산대학교가 가깝기에 젊은층의 방문도 손쉬울 것 같았다.
다만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은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야구장 앞을 지나는 버스 노선은 최근 신설된 노선 한 개가 전부로, 축구장 서측이나 북측의 버스정류장으로 가려면 성인남성 기준으로 10분 가량 소요된다.
울산이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이긴 하지만, 승용차를 타고 야구장을 방문하는 관객은 한정적이다. 주차장도 200여면에 불과하다. 야구계가 창원시와 맹렬하게 갈등하는 이유도 진해가 접근성이 나쁘다는 관점에서 시작됐다. 앞으로 빈번하게 각종 야구 경기가 열릴 곳인 만큼, 대중교통 취약성은 시 당국이 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울산야구장 외야는 두 층으로 조성됐다. 전광판은 국내 야구장 최초의 곡면 전광판이며, 경남은행의 기부채납 형태로 조성된다. (사진=이준혁 기자)
◇내년 3월 모습을 드러낸다
대중교통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외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 열정적인 공사 관계자의 노력 속에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8일 현재 울산야구장의 공정률은 83%로, 완공까지는 17% 가량 남았다. 그렇지만 마무리 공사 단계이고, 경기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 빠르게 공정률이 올라가고 있다. 안전한 공사 마무리와 내년 3월 정상 개장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난 2011년 10월, 울산시는 2014년 4월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홈경기 일부를 유치하기로 하고 해마다 1군 경기를 6회 이상, 2군 경기를 9회 이상, 시범경기를 최소 2회 갖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지난 2005년 전국체전(전국체육대회) 당시 울산 관내에 정식 야구장이 없어서 부산 구덕야구장에 의존해야 했던 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라운드와 가깝고 높이도 낮은 내야 관람석
지난 2009년 인천 문학야구장과 부산 사직야구장은 각각 '선수 보기가 편한' 고가 특화좌석 도입을 결정했다. 문학의 '프랜들리존'과 사직의 '익사이팅존'이 그것이다.
도입 초기에는 비싼 가격때문에 성공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선수들을 훨씬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는 양 구장의 대표적 특화석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뒤질세라 2012년 리모델링을 완료한 창원 마산야구장도 '다이나믹존'을 새로 설치됐으며 내년 개장을 준비 중인 광주시 신축 무등야구장 또한 이같은 특화좌석이 생긴다.
울산야구장도 관중석과 그라운드간의 밀착성을 강화했다. 1·3루 하단부 관람석을 운동장 그라운드에서 30㎝ 높이로 설치해 선수 움직임을 실감나게 볼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세한 좌석 운영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기에 운영은 구단방침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 응원 단상의 설치로 하단을 막아 입장료에 차등을 주는 형태로 운영할 수도 있고 응원 단상을 설치하되 자유롭게 드나드는 좌석으로 만들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점은 '그라운드에 가까운 좋은 좌석이 울산야구장 내야에 설치된다'는 것이다. 이는 울산야구장이 가진 최고의 특장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야 3루 방향 위치에서 보는 울산야구장 내부 특화좌석 및 불펜 등 시설 현황. (사진=이준혁 기자)
◇커플석, 스탠딩 테이블, 잔디석 등 다양
울산구장은 대형 야구장은 아니지만 최신 야구장답게 특화좌석 종류가 다양하다. 프로야구 제2구장에 머물기는 아까울 정도다.
우선 내야-외야 연결 지점 부근엔 '커플석'을 설치해 내야 외곽 활용의 극대화를 꾀했다. 내야 중심부와 떨어진데다 측면부에 있어 많은 좌석을 만들기 어려운 곳에 커플석을 설치하는 묘안이다. 커플석의 관중이 야구 경기를 집중해서 볼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결정으로 보인다.
자연적 조건을 활용해 외야에 두 층으로 구성된 잔디석도 '자연과 함께하는 야구장' 컨셉트에 걸맞는 최고의 설계라는 느낌이다. 두 층의 높이는 무려 7.2m. 저층부는 포항이나 인천 문학에서 느껴지는 잔디석 형태로 '야구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인 반면, 고층부는 '산에 놀러왔는데 야구장을 내려다보며 야구 경기를 덤으로 보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실제 고층부에 올라서 내려보는 느낌은 독득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야구 경기가 많지 않은 울산구장 특성상 고층부는 경기 없는 날에는 '공원 일부'로 개방될 수도 있다. 경계를 잘 나누고 가변적으로 운용한다면 고층부는 경기가 열리는 시점엔 특색있는 유료석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없을 시점엔 시민에게 개방된 피크닉 장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음료를 즐기면서 야구를 관람하는 형태의 '스탠딩 테이블'도 울산구장 만의 특화좌석이다.
한편 이 일대는 녹지 기반의 대공원으로 여겨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조경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좋다. 울산시와 야구단이 홍보만 잘 한다면 주말에는 가족과 연인 단위 관객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수월드컵경기장과 울산야구장을 포괄하는 울산체육공원 일대는 나들이 하기에 좋다. 조경도 좋고 넓은 호수도 있으며 수영장도 운영 중이기에 홍보만 잘 한다면 좋은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준혁 기자)
◇선수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최고의 야구장
최근 국내 프로야구 경기에선 낡은 시설 때문에 생기는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에선 발생하지 않거나 경미한 부상으로 끝났을 것이 한국에선 선수 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곤 했다. 울산야구장은 선수 친화적으로 지어져 부상의 위험성을 상당히 낮추었다.
울산구장은 미국 필드터프사 인조잔디를 썼다. 천연잔디에 가장 가까운 잔디로 평가를 받는 인조잔디로, 부상은 물론 선수의 컨디션 보전에도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올시즌 개장한 구장이자 동일한 설계사(포스코A&C)가 설계한 포항야구장도 필드터프사의 잔디를 썼지만, 울산구장은 더 좋은 등급의 잔디를 썼다.
잔디의 식재공법도 다르다. 직하배수공법을 적용해서 비가 와도 바로 물이 빠지도록 했고, 파일 길이가 무려 63.5㎜에 육박하는 3층구조 시스템을 적용했다. 물이 있어 미끄러운 상황을 방지하고, 야구 경기를 진행하기 애매한 비가 왔다가 그쳤을 경우 경기 강행에 지장없는 수준을 갖춘 것이다.
또한 펜스와 근접한 워닝 트랙에 색상이 다른 인조잔디를 식재하면서 국내 최초로 소리가 나는 충진재(라바록) 등을 포설해 위험 공간임을 자연스레 느끼도록 하고 소리를 사전 감지하게 조치했다. 선수의 안전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외야 펜스를 2.4m로 높여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을 줄였고, 현재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쓰는 제품을 적용했다.
이밖에 제2구장임에도 선수 전용 라운지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동안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만 보던 선수용 시설이다. 선수들은 락커룸 내의 평상이나 체력단련실이 아니라 라운지에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공사 관계자는 "당초 2만5000석 규모 공사가 결국 1만2059석 규모 공사로 줄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야구장을 만들고자 했다"면서 "국내 다른 야구장과 비교해서 부끄럽지 않을 멋진 야구장을 짓고 있다고 감히 자신한다. 마무리 잘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광역시 중 울산만 아직도 야구장이 없었다. 내년부턴 야구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외지에 가지 않고도 백구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시는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는 고교 주말리그, 250여개 1만5000여명의 사회인 야구경기를 개최해 야구 인구의 저변 확대와 울산 야구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작아진 면은 아쉽지만 이는 1군 경기가 열리지 않는 특성상 당연한 결정이다. 경기장은 잘 만들었다. 이제 이 경기장을 시 당국과 야구계가 어떻게 꾸미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본다. 시는 야구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접근성 보완대책을 적극 마련해야할 것이다.
◇울산야구장은 적은 비용을 통해 효율이 높은 상급의 야구장을 지은 바람직한 사례다. 다만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울산시의 책임이다. 이는 울산시가 보완해야할 사안이다. 사진은 울산야구장 건립공사 현장사무소. (사진=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