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정치·사회 10대뉴스)대선개입 논란부터 법정선 재벌총수까지

입력 : 2013-12-30 오후 3:38:03
[뉴스토마토 정치사회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은 벽두부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정치권이 극한의 정쟁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사건을 맡아 수사하던 검찰총장과 수사팀 책임자가 석연찮은 이유로 낙마하고 진상 규명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촛불 시위도 뜨겁게 타올랐으며,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 그리고 사상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까지 2013년은 연일 뜨거운 이슈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올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정치사회 주요 사건 10가지를 추려 정리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논란 
 
지난해 대선 전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며 촉발된 대선 개입 의혹은 추후 거짓 발표로 드러난 경찰의 2012년 12월 16일 "댓글 흔적 없음" 브리핑으로 가열되기 시작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야는 올해 3월 1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협상하면서 "18대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국정원 직원의 댓글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완료된 즉시 관련 사건에 대해 국조를 실시한다"라고 합의했다.
 
그런데 다음날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을 공개하면서 국면은 급변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정치 개입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선 개입 의혹은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6월 14일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자, 여야는 6월 25일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민의 이목이 쏠린 국조는 새누리당의 집요한 방해로 파행을 거듭했다. 새누리당은 김현·진선미 의원 제척, 홍익표 민주당 의원 '귀태' 발언을 빌미로 국조 흔들기에 명운을 걸었다.
 
결국 표류를 거듭하던 국조는 예정된 일정을 넘기는 등 진통을 겪더니 끝내는 결과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한 채 파행되고 말았다.
 
이후 2013년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대선 개입 의혹은 국가기관 전반으로 번진다. 국정원과 경찰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통일부 ▲안전행정부 ▲고용노동부 등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야권은 야당 및 시민사회·종교계가 결합, 각계 연석회의로 결집해 현재 공소가 제기되고 재판이 계속 중인 부분을 제외하고 18대 대선 과정에서의 정부기관 및 소속 공무원과 공모한 민간인의 선거 관련 불법행위 일체를 수사하는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관권선거 의혹 덕분에 도심 곳곳은 주말이면 촛불이 다시 타오르고 있으며, '안녕치 못한' 이들과 '안녕한' 이들로 국론은 두동강이 난 양상이다. 
 
'국민대통합'을 이뤄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공염불이 될 지경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시절 박근혜 대통령(사진=박수현 기자)
 
◇방미 성과 묻어버린 '윤창중 성추문'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국 순방에 정성을 쏟아왔다. 국내에서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며 정치권의 대립이 격화됐지만, 박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해외를 순방하며 외교 분야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대선 개입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일정 정도 수준으로 유지케하는 버팀목으로 작동했다. 
 
박 대통령의 첫 방문국은 미국이었다. 정상의 해외 순방 1순위 국가이면서 우리의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 방문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든 외교 성과는 다 묻히고, 'grab'이라는 단어 하나가 기억되고 있다. 바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때문이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것은 박 대통령이 한창 방미 중이던 지난 5월 10일 새벽(한국시간)이었다. 그가 미국 현지 시간으로 8일 호텔에서 '짐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급하게, 홀로 귀국길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귀국 직전 대변인직에서 경질된 것도 밝혀졌다. 
 
당시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다"고 경질 사유를 애둘러 밝혔다. 그러나 당시엔 이미 미국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윤 전 대변인이 통역을 위해 주미 한국대사관이 채용한 대학생 여성 인턴 직원을 성추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이후 미국 경찰에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공식적으로 접수됐다. 피해 여성은 경찰에서 윤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잡았다(grab)"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지며 '윤창중 성추행'은 '의혹'에서 '사건'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있었던 청와대 자체 조사에서 성추행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성추행 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움켜잡은 것'이 아니고 '툭툭 친 것'"이라고 했다. 또 "샤워를 하고 있는데 해당 여성이 보고를 위해 호텔방에 올라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사태는 일파만파로 점점 커져갔다. 언론들이 앞 다퉈 윤창중 성추행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내며 청와대는 더욱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결국 청와대는 10일 사태에 대한 사과 표명을 했다. 윤 전 대변인의 직속상관이던 이남기 홍보수석 명의의 사과문이었다. 허나 사과의 대상에 '국민'과 함께 '대통령'도 포함돼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됐다. 당장 야당들이 들고 일어섰다. "대통령이 책임자인데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비판이었다. 
 
다음날인 11일, 언론을 피해 잠적해 있던 윤창중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청와대 자체 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엉덩이를 움켜쥐지 않았고, 허리를 한차례 특 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또 여성 인턴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욕설을 하며 여성 인턴을 자신의 호텔방으로 불렀고, 당시 그가 알몸 상태였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여성이 보고하러 왔다기에 급히 나가다보니 속옷 차림이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남기 홍보수석의 종용으로 귀국길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내용은 바로 이틀 전에 있었던 청와대 자체조사와 다른 진술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청와대 자체조사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가 미국 현지법에 저촉되지 않으려 진술을 교묘히 바꾼 것이 아니냐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윤 전 대변인은 또 기자회견 내내 피해 여성의 직책을 공식 직책인 '인턴' 대신 '가이드'로 지칭해 그가 자신의 혐의를 덜기 위해 해당 여성을 비하했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귀국을 종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상황은 청와대와 윤 전 대변인 간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질되는 촌극이 연출됐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점차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도 13일 ‘국민과 동포, 피해 여성’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가 명확해지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그 후 종적을 감추다시피했다. 이후에 각종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지만 아무 해명이나 반박도 내놓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주미 대사관의 홍보와 안내 등을 책임지는 한국문화원 측이 애초 성추행 사실을 신고 받고도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또 다른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피해 여성이 두 차례 신고를 했지만, 조치는커녕 아무런 대응도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피해 여성의 신고 이후 윤 전 대변인이 피해 여성의 방에 올라갔다는 주장도 있었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 후 청와대의 후속조치는 엉뚱하게도 여성 인턴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는 문제의 근본을 외면한 처사하는 지적이 잇따랐다. 윤창중 사건 이전부터 인턴들에 대한 청와대 직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직원들의 이런 '갑'질이 변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윤창중 사건의 핵심에는 '부적격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가 근본이라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사과 이후 "공직자의 처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후 인사에서도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인사들은 여러 차례 임명돼, 박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현재 '윤창중 성추행' 사건 수사는 7월 워싱턴DC 경찰의 경범죄 체포영장 신청 이후 답보상태다. 워싱턴DC 검찰이 아직 기소 동의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기소에 동의할 경우 미국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체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윤 전 대변인은 지난 5월 이후 행방을 감춘 상태다.
 
◇성추문 스캔들의 주인공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사진=뉴스토마토)
 
◇다시 광장으로
 
지난 28일 서울 시청광장에는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해 16년 만에 뭉친 민주·한국노총의 깃발 아래 약 10만명(경찰 추산 2만 3000명)이 결집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번 집회는 양총 노동장 이외에도 일반 시민과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외에도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지지 집회가 열렸다.
  
2013년 대한민국은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촛불 집회가 열린 이래로 가장 많은 집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의 시민들은 다시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러한 수많은 집회의 중심에는 '국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대선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이 발견된 것을 기점으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정치 개입 의혹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정치 개입은 없다'는 긴급 발표를 내렸지만 이후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상부의 개입 의혹이 존재했고, 의도적인 축소와 왜곡이 가해진 정황도 드러났다.
 
개헌 이래 처음으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증거가 밝혀지자 전국의 민심을 들끓었다.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야권과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다.
 
또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 등 다수의 기관에서 정치개입 정황이 추가적으로 드러나자 광장의 열기는 고조돼 '정치 개입'을 넘어 '정권 퇴진'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러한 전국적인 열기는 경제민주화·기초연금법 등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핵심 공약들이 줄줄이 축소·폐기된 것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됐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 등 정치 개입 정황이 드러난 기관들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요구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오히려 '대선 불복', '종북' 카드로 맞섰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9월 여야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제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고 생각하느냐"고 격앙된 반응만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박근혜 정부 1년차. 수많은 사람들이 조건 없이 광장으로 내몰렸다.
 
눈물을 흘렸다는 이 대통령에 비해 박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민들의 빗발친 외침에 이제는 박 대통령이 응답할 시간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열린 촛불집회의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괴담..내쳐진 검사들
 
2013년 한 해 검찰은 전년에 있었던 '검란(檢亂)'사태를 뛰어넘는 초유의 '환란(患亂)'의 시기를 보냈다.
 
그 중심에 있는 사건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여러 검사들이 검찰을 떠나거나 징계를 받는 등 고역을 치렀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검사들의 무덤'이라는 자조섞인 '괴담'도 돌았다.
 
첫 대상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채 전 총장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치른 첫 데뷔전으로, 주요 피의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와 방법을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겼었지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면서 검찰 수사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느닷없이 ‘혼외자’ 의혹이 불거졌다. 채 전 총장은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법무부가 감찰에 나섰다.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는 평검사들이 회의를 열고 항의 성명을 냈다.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은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겠다"며 사표를 던졌다.
 
◇왼쪽부터 채동욱 전 검찰총장,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사진=뉴스토마토DB)
 
법무부는 감찰착수 10일만인 27일 "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다소 애매한 감찰조사결과를 내놓은 채 조사를 끝냈다. 채 전 총장은 9월30일 퇴임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과 검사들의 악연은 10월로 접어들면서 수사팀을 정면으로 덮쳤다.
 
국정원 직원 수사 과정에서 ‘항명 논란’과 함께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윤석열 특별수사팀장,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이 대검 감찰을 받았다. 대검 감찰은 조 지검장과 이 차장을 무혐의로 처분하고 윤 팀장과 박 부장만을 징계대상으로 법무부에 징계를 건의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 팀장을 정직 1월에, 박 부장을 감봉 1월에 처한다는 징계를 의결했다.
 
앞서 조 지검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자 검찰을 떠났다. 채 전 총장과 윤 전 팀장 등과는 사안이 다르지만 결국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유탄을 맞은 셈이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사진=뉴스토마토DB)
 
2013년 한해 법조계를 뒤 흔든 사건 중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일부 진보당원들의 '내란음모' 사건은 단연 상위에 랭크된다. 현역의원에 대한 구속기소가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내란음모 혐의가 적용된 형사사건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30일 수원지법 110호 대법정에서는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28번째 공판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진행된 공판을 거치면서 최근에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과 피고인 중 어느 한쪽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려운 상태다. 재경법원의 중견 판사는 "공안사건에서 수사보고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게 일반적"이라며 "증거의 양보다는 증거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증거능력과 관련한 핵심 증거물은 제모자 이모씨가 녹음한 녹음파일이다. 증인신문이 끝나는 1월 중순쯤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이를 끝으로 재판은 종반에 접어든다. 내달 하순 이 의원 등 피고인 신문을 포함해 결심 공판이 예정돼 있다. 1심 선고는 2월 초순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사건
 
◇◇헌재는 지난 24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사건과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사건의 첫 번째 준비절차기일을 열었다. 이 사건 주심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가운데), 김창종 재판관(왼쪽), 서기석 재판관이 소심판정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DB)
 
정부는 지난 11월5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와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정당해산이 청구된 것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가 있었던 예는 극히 드물다. 독일과 터키 등 두 나라에서만 전례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터키에서는 1998년 1월 정교분리 원칙에 반대하고 이슬람 신정주의를 표방하는 '터키 복지당'을 해산시킨 예가 있다. 독일에서는 이에 앞서 통일 전인 1952년 히틀러가 세운 나치당의 후신인 '사회주의제국당(SRP)'을 해산시킨 것과 1956년 '독일(서독)공산당(KPD)'을 해산시킨 적이 있다.
 
이 외에는 정부에 의해서 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된 예가 없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이번 정당해산심판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4일 첫 사건 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준비기일에서는 'RO' 등 통진당 일부 구성원의 활동을 통진당의 전체의 활동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밖에 ▲통진당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통진당 강령이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지 ▲통진당 해산심판을 결정하는 데 민주노동당의 활동을 함께 볼 것인지 등도 쟁점으로 도출됐다. 정부와 통진당은 향후 이들 쟁점을 두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두 번째 준비기일은 다음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NLL 회의록 실종사건' 참여정부인사 기소
 
◇국가기록원(사진=뉴스토마토DB)
 
2013년 6월20일 새누리당 서상기, 조원진, 정문헌, 조명철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의혹'이 재점화 되는 순간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잇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기록을 직접 들춰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에는 정상회담록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인사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8월16일부터 한달 넘게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했으며,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과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 참여정부 인사들을 줄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후 대화록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의도적으로 삭제·파쇄됐다고 발표하면서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 의원은 대화록 삭제 또는 '봉하이지원'을 통한 대화록 유출에 관여한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초 논란의 시작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키코(KIKO)사태 5년 만에 '은행勝' 결론
 
◇키코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채 공개변론 모습(사진=뉴스토마토DB)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이른바 '키코(KIKO)소송'은 사실상 은행측의 손을 들어준 올해 대법원의 첫 판단으로 대대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지난 9월26일 수산중공업 등 4개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등 반환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기업들이 키코의 무효사유로 주장한 ▲민법상 불공정행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파생상품 업무처리 모범규준 위반 ▲신의칙 위반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키코의 취소사유로 주장한 ▲옵션의 가치 ▲수수료 또는 제로 코스트 ▲환 헤지 적합성 ▲환율 변동 가능성 등 관련 기망 또는 착오 등을 이유로 한 취소 ▲기망에 의한 손해배상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 등의 상고이유 역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키코가 기업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상품'이 아니라는 점과 기업이 KIKO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환투기적 목적에서 KIKO 계약을 체결한 점을 지적하면서 은행측의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2008년 가을 환율이 급등하며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이 3조3500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시 피해기업들 210개사가 은행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소송을 냈으나 하급심에서 10~50%, 최근 70%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40개사 외에는 대부분 패소했다.
 
◇출입 잦아진 '서초동 단골손님' 재벌 총수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지난 여름 국회에서는 기업 총수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지만 그 시기를 전후로 재계에 대한 사법부의 잣대가 엄격해진 기류가 감지됐다. 이어 법원과 검찰청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에서는 유난히 많은 '회장님'이 목격됐다. 
 
총수들의 혐의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이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64)은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수천억원의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68) 역시 1000억원대의 사기성 CP 발행과 계열사에 부당 지원해 회사에 15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8월 기소됐다.
 
올해에는 형제와 부자가 검찰에 나란히 소환되거나 한꺼번에 기소되는 일도 많았다. SK그룹 횡령·배임 사건으로 기소된 형 최태원 회장(50)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48)은 지난 9월 2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6월을 선고받고 상고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형제는 공범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52)의 재판에 차례로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탈세·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 일가도 부자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석래 회장(78)에 대해 조세포탈과 특경가법상 배임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19일 기각됐다. 검찰은 조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과 차남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PG 사장을 곧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전 정권 막후실세로 군림했던 이석채 전 KT 회장(68)이 불법 비자금 조성혐의 등으로 서초동을 네 번 방문했었고 탈세·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53)도 1심 재판을 받으러 서초동을 찾고 있다.
 
또 하이마트 매각과정에서 회사에 2000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선종구 전 회장(66)이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61)은 3000억원의 배임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은 내년 2월6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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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