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배우자의 상속지분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상속법(민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상속에 따른 세금부담의 변화도 예상된다. 그러나 세법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는 상속법과 연동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개정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3일 "상속법이 바뀌어서 배우자에 대한 상속지분이 높아지더라도 상속세의 공제요건을 바꾼다거나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 "관련한 세법개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현행 민법상 사망자(피상속인)의 재산을 직계비속인 자녀와 공동으로 상속하는 배우자는 자녀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도록 해 1.5대 1대 1로 상속재산을 배분받도록 법정상속분이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상속 자녀수가 많을 경우 배우자의 몫이 감소하고, 자산형성에 가장 높은 기여도가 있는 배우자가 상속과정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법무부는 이러한 지적을 반영해 배우자에게 사망자의 재산 절반(50%)을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를 종전의 배율(1.5대 1대 1)이나 1대 1대 1로 배분하는 내용으로 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상속세의 부담도 변할 수 밖에 없는데, 기재부는 이런 변화에 대해 당분간 법령개정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사망자의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민법상 법정상속분에 한해 최대 30억원까지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주도록 하고 있다.
법정상속분이 자녀대비 1.5배에서 3배, 5배로 불어나더라도 상속재산이 30억원만 넘지 않는다면 배우자의 세금부담은 없는 셈이다. 배우자 입장에서는 법정상속분만큼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정상속분이 커질수록 세금부담이 덜어지는 것이다.
상속재산이 30억원이 넘는다고 하더라도 상속법 개정 이후의 공제액이 크기 때문에 세부담이 줄수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에는 이미 법정상속분만큼의 공제를 해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법무부의 민법개정취지에 충분히 부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30억원의 공제한도를 더 올리느냐의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이부분은 당장 논의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추진하는 민법개정이 고령화에 따른 배우자의 노후생계지원의 측면도 고려된 점을 감안할 때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도 일부 손질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완일 세무사(세무법인 가나 대표)는 "민법이 달라지면 세법에서도 배우자 공제의 방법이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현재처럼 배우자 공제를 통해 배우자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미국 등과 같이 배우자 상속단계에서는 과세자체를 유예했다가 다음 단계(배우자 사망시)에서 과세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세법개정을 자문하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세발심) 위원이기도 한 김 세무사는 이어 "민법이 바뀐다면 상속세법도 분명히 바뀔 수 있다"며 "조만간 세발심이 열릴 텐데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관련된 내용을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