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RO'사건 재판기록 법원에 요청..위헌성 논란

통진당측 변호인단 "헌재법 위반, 절차적 위헌"
"무죄추정의 원칙 무시"..법원, 요청 응할지 관심

입력 : 2014-01-06 오전 1:14:5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과 관련, 현재 진행 중인 '이석기 의원 사건(RO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 기록을 보내줄 것을 법원과 검찰에 요청한 가운데 변호인단 측이 위헌성을 지적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12월 첫 변론준비절차 기일 직후 법무부가 'RO사건'의 수사·재판기록 등에 대한 문서촉탁신청을 함에 따라 사건을 재판중인 수원지법과 수원지검에 관련 기록 사본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법 32조에 따르면 "재판부는 결정으로 다른 국가기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에 심판에 필요한 사실을 조회하거나, 기록의 송부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단서 조항에 "다만,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RO사건'은 현재 수원지법 형사 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헌재의 수사·재판기록 요청은 이같은 헌재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헌재의 수사·재판기록 요청이 문제되는 것은 관련 기록이 헌재로 넘어오게 되면 재판부가 이를 증거로 채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헌재로서는 사법부의 판결이 나오기 전 예단을 가진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게 될 우려가 높아진다.
 
통진당측 대리를 맡고 있는 변호인단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진당측 대리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수사기록과 진행 중인 재판기록을 헌재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하게 된다면 재판관들의 심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간접적으로는 현재 재판 중인 수원지법 재판부의 심증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32조 단서조항의 취지도 바로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헌재의 수사·재판기록 요구는 헌재가 스스로 이 같은 헌재법을 어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절차상 위헌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뿐만 아니라 헌재의 수사·재판기록 요구는 아직 사법부에서 유죄의 확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통진당의 정당해산심판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재의 수사·재판기록 요청에 대해 검찰이 응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법원이 이를 따를 것인지 여부도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헌재법 32조가 정한 자료요구 요청은 강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으로서는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RO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법 형사 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는 오는 6일 31차 공판을 열고 마지막 증인신문을 진행 할 예정으로 증인신문이 끝나면 'RO' 모임 내부 제보자가 녹음한 파일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3일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녹음파일 47개 가운데 32개를 증거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통진당측 변호인단은 오는 7일 10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헌재의 수사·재판기록 요청의 위헌성과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헌재의 정당해산심판에 대한 전반적인 절차적 위헌성을 지적하고 정식 항의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 전경(사진제공=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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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