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일방통행 여전..국민은 없었다(종합)

입력 : 2014-01-06 오후 5:55:35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으로 혼돈의 임기 첫 해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취임 첫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일방통행은 여전했다는 평가다.
 
내·외신과의 질의응답이 포함되는 등 구색은 갖췄지만 일방적 메시지 전달에 그쳤던 지난해 대국민 담화문 발표 및 국회 시정연설과 내용 면에서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분홍색 상의로 멋을 낸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약 80분 동안 회견을 진행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은 박 대통령의 좌우에 배석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면서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시간은 이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는데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12개 매체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주요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언론사들은 질문자에서 제외됐고, 13개의 질문 중 2개만 대선 불법 개입 의혹과 불통 논란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소모된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서 개혁 법안을 처리해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이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된 만큼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정의당, 안철수 의원, 시민사회, 종교계 등의 특검 도입 요구도 "지금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안녕하지 못한' 이들과 '안녕한' 이들로 국론이 양분된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절반의 국민들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박 대통령의 답변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자랑스러운 불통"과 인식을 같이 했다. 그는 불통이라는 지적에 대해 "진정한 소통"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반론에 나섰다. 물론 이 적극성에는 권위를 통한 강제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었다.
 
"소통의 의미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게 아니"라는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불법으로 떼를 쓰는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되어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최근 벌어진 철도노조의 파업을 거론하며 "정부가 민영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차 얘기를 해도 그 말을 들으려고도 안 하고, 불법 파업을 이어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하냐"고 따지기까지 했다.
 
기초연금 등 대선 공약들이 손바닥 뒤집듯이 파기되는 마당에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황망하게 들릴 만한 발언이다.
 
더욱이 정치의 본질이 각 제 집단 간의 이해 조정을 통한 사회 통합에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일방향의 강압은 여전했다. '다름'이 아닌 '옮고 그름'만이 존재했고, 이에 대한 규정은 박 대통령 스스로 행했다.
 
ⓒNews1
 
이러한 이유에서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 대신 대통령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기자회견이었다"며 "실망스럽다. 진정한 소통 의지와 구체적인 행동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통합진보당도 "대통령은 여전히 소통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선언했다"고 반발했고, 정의당 역시 "지난 1년의 불통 통치에 대한 기억상실, 그 자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야권의 평가는 하나같이 인색했다.
 
다만 "통일은 대박"이라며 전향적 인식과 함께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평가가 야박하지 않았다.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추진과 함께 기존 강경 일변도의 대북 노선에 대한 변화를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2차 개혁 법안 마련과 특검 도입 문제를 놓고 또 한 번의 격돌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회견은 대치 정국의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갈등만 키웠다는 냉혹한 비평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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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