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대해부)③SK, 회장공백·실적부진 '첩첩산중'

입력 : 2014-01-10 오전 11:27:0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그룹의 올해 최대 현안은 최태원 회장 공백에 따른 여파 축소다.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해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등극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올 한 해 경영방침을 '안정 속 성장'으로 설정한 직접적 이유다.
 
주력사업 전망도 녹록치 않다. 통신과 에너지라는 기존 쌍두마차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채 업황 부진에 흔들리고 있는 사이, 그나마 새로 편입된 하이닉스가 제 역할을 다해 주면서 위안이 됐다. 신규사업은 최 회장의 부재로 전면 보류됐다. 수장을 잃은 조직의 사기와 결속력 저하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선제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한 만큼 부담은 없다. 또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해 지주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 계열사 자율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여타 재벌그룹들에 모범적 대안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서 진행된 만큼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가 적질 않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7월 SK가 지주사 SK와 SK에너지로 분할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SK C&C→SK→SK네트웍스/SKT→SK C&C로 이어졌던 순환출자 구조는 2009년 SK네트웍스의 SK C&C 지분 매각에 이어 SK텔레콤이 2011년까지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완전 해소됐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과 SK C&C의 SK 지분과 SK의 SK에너지 지분이 확대되면서 경영권도 한층 강화됐다. 현재 지주사인 SK는 9개 자회사를, 또 이들 자회사는 하위 계열사로 이어지는 소유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SK는 SK C&C, SK C&C는 또 다시 최 회장의 지배를 받는 이른바 '옥상옥'(屋上屋) 구조다.  
 
구조적 특성상 SK C&C와 SK 합병 이슈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 경우 최 회장의 SK C&C 보유지분 38.0%에 대한 가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SK C&C는 지주사 SK의 지분 31.8%를 보유 중이다. 최 회장의 SK 보유지분은 없다. 그로서는 합병에 따른 지분가치 극대화 이외에도 직접적으로 SK를 품에 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재다.
 
SK C&C는 지난해 11월 자사주 150만주를 다음달 5일까지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안팎에서는 주가 부양책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지주사인 SK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SK그룹은 호사가들 얘기로 치부하고 있다.
 
최 회장의 공백을 틈타 미묘한 변화들도 감지되고 있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SK와이번스 신임 구단주와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SK그룹 내에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 부회장이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수석부회장의 공백을 대신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SK케미칼은 2010년 12월 SK로부터 SK가스 지분 45.5%를 인수한데 이어 이듬해 1월 SK건설 지분 4.7%를 매입해 최 부회장 포함 지분율을 35.0%까지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이를 계열 분리를 위한 행보로 풀이하고, 장기적으로 SK케미칼이 SK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최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이 SK네트웍스 주식을 꾸준히 매입, 2대 주주에 올라서는 등 미약하게나마 지분을 늘리며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최신원 회장의 지분 매입이 오너가로서 상징적 역할을 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실적부진 SK, '안정'에 방점..위원회, 유명무실 '위기'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SK그룹이 올 한 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 회복이다.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전 계열사가 맥을 추지 못하면서 시장 우려를 키웠다. 16개 계열사 가운데 12개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특히 실적의 버팀목이었던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0조8189억원, 1조406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 4.4% 감소했다. SK네트웍스 역시 매출액 7.4%, 영업이익은 무려 29.0%나 급감했다. 여기에 SK케미칼과 SK건설, SK가스, SK해운 등도 동반 부진했다. 총체적인 침체다.
 
반면 지난 2012년 SK그룹 품에 안긴 SK하이닉스는 사상최대 실적을 이어가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오랜 치킨게임 끝에 생존에 성공하며 공급자 위주로 재편된 시장 효과를 누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7974억원, 2조5950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 역시 D램의 호조 속에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인수 당시였던 2012년 25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일각에서는 '잘못된 판단에 기인한 인수 실패'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단숨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각편대로 재편되면서 SK그룹의 새 역사를 쓰는데 일조했다.
 
◇SK하이닉스 청주 사업장 입구.(사진=SK하이닉스)
 
계열사 간의 엇갈린 성적표는 SK그룹이 직면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 체제에서는 SK하이닉스 인수의 예처럼 신성장 동력 마련을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 등 전략적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최 회장의 부재는 그룹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투자사업과 전략 수립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수 부재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지난해 10월 최 회장 공백 하에서 처음으로 정례 CEO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올해 경영방침을 '안정과 성장'으로 정했지만 사실상의 방점은 '안정'에 찍혀 있다.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속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안정을 통해 위기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해 구축된 각 위원회가 사실상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으려는 책임 부재로 흐르면서 이미 위상과 역할은 유명무실해 졌다는 비판적 분석도 잇따른다.
 
한 고위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조정되고 결정되는 사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각 사가 마련한 사안을 각 사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어 새로운 도전은 멈춰서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순환출자 부담은 줄고 공정거래법 위반 리스크는 상존
 
SK그룹은 순환출자와 공정거래법의 금융 자회사 보유금지 등의 이슈에서는 여타 그룹들에 비해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순환출자의 경우 지난 2007년 선제적 지주사 전환을 통해 해소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도 한층 강화됐다. 2011년까지 계열사 간 얽힌 지분들을 매각하면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성공리에 마무리지었다.
 
지주사와 지주사의 자회사 등이 금융 계열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역시 일부 문제가 해결됐다. 지난 2011년 7월 공정거래법 유예기간이 만료되면서 같은 해 9월 주식처분명령과 과징금 50억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2012년 9월 보유중인 SK증권 지분 22.7%를 SK C&C(10.0%), SK신텍(5.0%), SK증권우리사주조합(7.7%)에 매각키로 했다. SK C&C와 SK신텍은 지주사인 SK의 (손)자회사가 아닌 덕에 SK네트웍스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공정거래법 규정 위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SK증권 지분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향후 SK C&C와 SK가 합병할 경우 SK C&C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이 공정거래법 조항에 저촉되는 만큼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껐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면 아래 잠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SK C&C, 자사주 공개매수..SK와 합병 신호탄?
 
SK그룹의 올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SK C&C 행보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이 SK C&C의 지분 38%를 쥐고, SK C&C는 SK의 지분 31.8%를 보유한 가운데 SK가 나머지 9개 자회사와 하위 계열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다. SK C&C가 지주사 SK를 지배하고 있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지주사에 오를 수 없다. SK의 지분 가치가 SK C&C 자산의 50% 미만이기 때문.
 
이런 가운데 SK C&C는 지난해 11월5일 자사주 150만주를 올해 2월5일까지 매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 주가 부양책 중 하나다. SK C&C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시장은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SK그룹 지분구조(자료=키움증권)
 
일각에선 한발 더 나아가 SK와의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 C&C가 자사주를 늘리면 SK와 합병시 최 회장의 지분율 감소를 간접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실제 최 회장은 한때 SK C&C의 지분이 44.5%에 달했으나 현재 38.0%까지 낮아진 상태다. SK와 SK C&C의 현재 주가 수준에서 합병이 성사될 경우 최대 주주의 지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교부금 합병이 가능해지면서 지분율 하락을 막을 길이 열리게 됐으나 현 주가로는 5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합병 교부금과 주식매수 청구권 비용은 최 회장에게 큰 부담이다. 그러나 자사주는 합병 진행 시 신주를 배정하지 않고 주식 소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 회장으로서는 지분가치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
 
물론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각종 부담을 무릅쓰고 합병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룹의 모든 역량이 이르면 오는 3월 예정인 상고심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처할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투자와 고용 등 현 정부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일정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재원 부재, 사촌관계 및 지분구도 관심 집중
 
사촌간 미묘한 지분구도도 지켜볼 대목이다. 최창원 부회장이 지난해 9월 SK건설의 부회장직과 지분 일부를 내려 놓으면서 일각에서는 계열 분리의 수순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창업주인 고(故)최종건 회장의 3남이다. 현재 SK케미칼과 SK가스의 부회장 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앞서 SK케미칼은 지난 2010년 SK로부터 SK가스의 지분 45.5%를 인수했던 전력이 있던 터라 최 부회장이 향후 계열 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기도 했다.
 
반면 최 부회장이 계열분리에 나서기 보다 오히려 SK그룹 내에서 입지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이 지난해 연말 최 부회장을 SK와이번스 신임 구단주와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 한다.
 
특히 SK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 '따로 또 같이 3.0'이 SK경영경제연구소가 주축이 돼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최 부회장의 역할 변화에 대한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수석 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오너가의 적임자로 최 부회장이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최신원 SKC 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지난 3일까지 14차례에 걸쳐 SK네트웍스의 주식을 사들이며 보유 지분을 0.20%에서 0.35%로 높였다.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SK(39.12%)로, 최신원 회장은 개인주주로서는 최고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아울러 SK(1500주), SK텔레콤(1000주), SK하이닉스(4000주) 등 다른 계열사의 주식도 잇따라 사들이자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최 회장의 매입량은 극히 낮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 시장 안팎에서는 계열분리를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오너가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 의미일 뿐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태원 회장의 부재에 따른 공백은 여전히 크다"면서 "최신원 회장의 행보는 오너가로서 상징적 구심점 역할하려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닐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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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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