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2년을 맞았지만 서민에 희망을 주겠다며 내건 복지확대 공약은 여전히 방향을 못잡고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초연금법안 수정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정책에 혼선까지 빚어 말썽이다.
지난 8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장관 취임 한달여를 기념하는 자리라지만 실제로는 기초연금법안 국회 표류와 의료민영화 논쟁 등을 염두에 둔 비공식 기자회견인 셈.
이날 문 장관은 "기초연금법의 기본 원칙은 최대한 지키겠지만 정부안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제도개선에 대한 검토가 끝난 상태는 아니므로 개선안을 서둘러서 발표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News1
그러나 간담회 후 복지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현재 기초연금법안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에 국민연금 가입과 연동해 월 10만~2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문 장관 발언에 따라 이를 수정할 일이 생길지도 모를 판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가 끝난 후 대부분 언론에서는 '기초연금법안 수정 가능성'을 헤드라인으로 뽑았고, 복지부는 대변인실과 해당 실무진을 동원해 해명하기에 바빴다. 논란을 잠재우고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야 할 장관이 번지수를 잘못찾아 논란만 더 키운 격.
9일 복지부 관계자는 "장관의 발언은 국민연금 연계 등 기초연금 정부안의 취지를 지키며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초연금 지급대상을 고치거나 기초연금법안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해석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장관은 또 "의료산업 활성화 대책은 의료법인의 자회사나 부대사업 등의 규제완화일 뿐"이라며 "진료행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원격진료 오남용 우려에는 안전장치를 만들고 오남용을 제약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말해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복지정책 주무장관이 의료민영화에 대해 여전히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는데다 서민에 의료비 폭등을 부르고 영세병원을 문닫게 할 수 있는 의료민영화와 원격의료 등에는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식의 안일한 답변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민영화와 원격의료를 철회한다는 뜻을 밝히지 않고 각종 의료정책의 문제점에도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11일 예정된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은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지난해 탁상공론으로 시간만 허비했다는 질타를 받은 복지부는 문 장관과 복지정책을 둘러싼 소동이 겹치며 정초부터 또 허송세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기초연금법안은 여전히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 채 여·야 대치 중이고 의사 총파업이 예정대로 돌입한다면 의료산업 투자 활성화 대책도 차질이 빚는 것은 물론 국민 생명을 담보로 정부가 고집을 피운다는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더군다나 문 장관 발언처럼 정부가 3대 비급여 개선과 관련 아직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면 3대 비급여 제도개선은 이르면 봄이 돼서야 겨우 윤곽을 드러낼 조짐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계의 저수가 문제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 손실에 대한 보전책 없이 3대 비급여 개선을 추진하면 국민에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에 제안한 여러 개의 제도개선 방안을 놓고 전문가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지만 최근 의료산업 투자 활성화 대책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과 국민의 비난 여론이 심해 의견 수렴이 쉽지 않다"며 3대 비급여 논의 과정이 지지부진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