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심의와 정보통신심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그 동안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민족의 존엄성'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그대로 신설됐다. 언론·시민단체들은 ‘국가보안법의 방송심의 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급변하는 방송환경 및 정보통신 이용환경 등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심의기준의 명확성을 강화하기 위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 방송심의 관련 6개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도 일부 변경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헌법과 방송법 제33조(심의규정)와 기존 심의규정 총칙 제7조(방송의 공적책임)에 명시되어 있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유지 등에 관한 사항을 일반기준으로 반영했다.
당초 방통심의위가 입안예고했던 민족의 존엄성 조항은 반대 여론에 철회했지만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 ‘방송은 남북한 간의 평화적 통일과 적법한 교류를 저해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언론 재갈물리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인권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9개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 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정치적 비판방송에 대한 징계를 남발할 것”이라며 “그간 보여준 이중 잣대에 의한 정치심의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방송심의규정 개정은 비판적 방송을 길들이고 정권 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장치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방통심의위는 또 상품 등에 대한 '광고효과'와 관련, '상품 등의 구체적 언급이나 사용 권유·조장, 특정 기능의 시연 등이 제한된다'는 내용과 '의도적이지 않은 상표 등의 단순 노출은 허용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심의기준의 명확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자살의 수단·방법에 대해 구체적 소개하거나 자살을 미화하는 내용의 제한, 투자자문 방송의 정확성·전문성을 확보하고 주가 조작 등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규정 등을 정비했다.
이와 함께 대담·토론프로그램 진행자·출연자의 조롱, 희화화 발언을 제한하고 과도한 언어폭력 묘사를 제한하는 등 방송언어에 대한 심의기준을 강화했다. 어린이·청소년 보호도 강화돼 어린이의 재연프로그램 출연규제를 합리화하고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의 제한되는 방송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과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도 대폭 개정이 이뤄졌다. 가맹사업구인 광고에서의 객관적 근거 없는 표현사용이 제한되고 부동산 등의 상품판매방송에서 중요한 정보가 포함되도록 의무화됐다. 또 ‘최상급’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준수하여야 하는 사항을 구체화해 상품구매시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은 오는 15일 관보게재를 통해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