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최근 미국 노동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최저 임금 인상이다.
앞서 잭 리드 로드 아일랜드 민주당 의원은 현행 시간 당 7.25달러의 최저 임금을 3년에 걸쳐 10.10달러까지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최저 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이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결론 도출을 위한 양당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저 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최저 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소매업체에서 다수의 근로자들이 충분한 근로 시간을 채우지 못해 실질적인 생계 보장이 안되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간제 근로자들은 대부분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13일(현지시간) CNN머니는 뉴욕시에 위치한 한 KFC 매장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나카시아 르그랜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르그랜드는 현재 KFC 매장에서 주당 15시간을 일하고 있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었지만 고용주 측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노(NO)' 였다.
현재로서는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필요 시 추가 인원을 고용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KFC에서 규정하는 주간 최대 근로 시간은 25시간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매주 15시간 밖에 일하지 못하는 그의 소득은 일주일에 120달러(약 13만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6000달러(약635만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또 다른 KFC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빠듯한 생활을 이어왔지만 최근 이 매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다.
시간제 근무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고용주들이 노동 복지제도의 헛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제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이 주당 30시간을 넘어갈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 지불을 피하기 위해 업체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 2015년부터 종업원이 50명을 넘는 회사가 반드시 오바마케어에 가입을 해야 한다는 규정 또한 이 같은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아르네 칼레버그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주들은 복지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없는 시간제 노동자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바쁜 시간대에 일시적으로 종업원을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경기 침체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구직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월마트 근로자들이 매장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실제로 시간제 근로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급격히 늘어났다. 최근의 통계를 기준으로 2006년 410만명에 불과하던 시간제 노동자 수는 77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이 같이 불합리한 상황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지난 가을부터 르그랜드처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미 미국 10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있었고 월마트의 시간제 종업원들도 비슷한 행동에 나섰다.
한편 CNN머니는 "르그랜드가 일하는 KFC 매장 관계자는 최저 임금과 고용 시간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며 KFC의 모기업인 얌브랜드는 '직원 고용과 임금 지불은 개별 프랜차이즈 매장의 권한이다'며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종업원들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얌브랜드의 말은 "단지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는 르그랜드의 토로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