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딜레마에 빠진 일본..흔들리는 엔화, 어디로

입력 : 2014-01-15 오후 4:50:40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일본 정부가 예상치 못한 엔저의 역풍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의 중심인 엔저가 오히려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며 경상수지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엔화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일본은행(BOJ)의 추가 부양책 여부, 소비세 인상 등이 향후 엔화 흐름에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엔화 가치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엔 환율, 나흘만에 급등..롤러코스터 장세 연출
 
◇지난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자료=마켓워치)
1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전일보다 1.23% 상승한(엔화 가치 하락) 104.22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화 환율은 최근들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사흘간 달러·엔 환율은 미국의 지난해 12월 고용지표 악화 소식에 하락 흐름을 보였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주춤한 것으로 보이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지연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서다.
 
특히 13일에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1% 넘게 하락해 102엔대까지 추락하며 한달여만의 최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날 일본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됐다는 소식에 엔화 매도세가 유입되며 엔화 환율은 나흘만에 반등해 4주만에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오후 3시23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전일보다 0.72% 오른(엔화가치 하락) 104.41을 기록 중이다. 
 
◇日 경상수지 적자 · 美테이퍼링..통화정책 '골머리'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시행된 아베노믹스가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자 일본 금융정책 당국이 엔저기조를 이어갈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5928억엔(57억4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의 1279억엔 적자는 물론 사전 전망치 3804억엔 적자보다도 악화된 것으로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7.6% 증가했지만, 수입액은 22.1% 늘어나며 무역 수지 적자를 키웠다.
 
그동안 일본 경제 침체 탈출을 도왔던 엔저가 경상수지 적자를 유발하며 일본 경제가 악순환을 거듭하는 한편 내수경제에는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시오카 준코 로얄뱅크오브스코트랜드 수석이코노미트는 "엔저가 경상 수지 적자를 초래했고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엔저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도쿄 도지사 선거 역시 외환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호소카와 전 총리가 선거에 출마하면서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소카와 전 총리가 원전 재가동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수입이 더 늘어나며 아베 총리의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발표된 미국의 노동 지표와 소매 지표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추가 테이퍼링의 속도 역시 엔화 흐름에 당분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엔저 가속화.."美테이퍼링에 올해 120엔 간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만큼 추가 테이퍼링이 가속화되며 달러가 강세를 이어갈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하나의 지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않길 바란다"며 "고용지표 부진에도 테이퍼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앤드류 윌킨슨 인터렉티브 브로커스 애널리스트는 "몇개의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모든 지표들을 고려할 때  미국 경제 회복 여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함께 BOJ의 추가 부양 가능성 역시 엔화 가치 하락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줄리안 제솝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의 현재 정책으로 2% 인플레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추가 부양책이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올해 말까지 엔화 가치는 120엔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오카가와 사토시 스미모토미쓰이 뱅킹 애널리스트는 "소비세율 인상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려 올해 상반기 엔화 가치는 95엔까지 오를 수 있다"며, "소비세율 인상이 주요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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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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