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열 살배기 여자아이의 손등에 입을 맞춘 것도 성추행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합의8부(재판장 이규진)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68)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5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씨가 10세 여아의 손등에 입을 맞춘 행위는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어긋나는 행위로 판단하고 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웃어른을 공경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별다른 생각없이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이라는 점을 피해자가 당시 예상했다면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악수만 할 의사로 손을 내밀었는데 한씨가 예고없이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자신의 손에도 뽀뽀를 해달라고 한 뒤 피해 아동의 자전거를 가로막은 점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한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공원에서 피해자인 10세 여아를 발견하고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손등에 입을 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법정에서 피해 아동의 손등에 뽀뽀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귀엽고 예쁜 나머지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일종의 추행행위로 볼 여지는 있으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킨 형사처벌 대상으로 단정하고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한씨는 피해 아동 앞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자신의 성기를 내보인 혐의도 함께 받았으나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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