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선임병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도 오히려 구타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받은 이후 정신질환을 얻은 군전역자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성기문)는 김모씨(36)가 수원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낸 원심을 파기하고 보훈처가 김씨에 대해 내린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 처분도 함께 취소한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폐쇄적인 병영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더해 계속된 구타사건 연루, 지휘관의 부적절한 얼차려, 치료 지연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김씨는 군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정신과 부분에 정상 판정을 받는 등 별다른 정신질환 증세가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2001년 2월 선임병으로부터 구타를 당하게 됐는데 이 당시도 진료 대신 ‘휴가제한 5일, 군장구보’라는 제제가 가해졌다”라며 “군장구보와 얼차려 이후 기이한 행동양태를 보였음에도 여전히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하다가 선임병의 멱살을 잡는 등 행태를 보이자 소속부대 의무대에서 진료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김씨가 정신질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당시 군으로부터 적절한 배려와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받았더라면 적어도 현재와 같이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했다.
2000년 4월 자대배치를 받은 김씨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병영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다가 구타사건에 연루돼 같은 달 9월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김씨는 2001년 2월 구타를 당했으나 지휘관으로부터 구타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휴가제한 5일, 군장 구보’처분을 받게 됐다.
이후 김씨는 혼잣말을 웅얼거리고 관물대에 머리를 넣고 아랫배를 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다가 국군일동병원에 입원하게 됐으며, 2002년 2월 만기 전역했다.
제대 후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김씨는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정신질환이 군 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