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지주사전환에 실패한 일동제약의 직원들이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일동제약(000230)은 지난 24일 양재동 본사에서 투자사업부문(일동홀딩스)과 의약품사업부문(일동제약)을 분리하는 내용의 회사 분할안을 상정했지만, 찬성 54.6%, 반대 45.4%로 부결됐다.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오른쪽)과 이정치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24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무거운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조필현 기자)
이에 따라 직워들은 당장 녹십자에게 경영권이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녹십자(006280)는 일동제약 지주사전환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면서 보유 지분을 15%대에서 29%대로 늘렸다.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34.16%) 턱밑까지 근접했다. 윤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단 4.79%다.
일동제약 한 직원은 “이렇게 되면 우리 회사가 경쟁제약사에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이번 지주사전환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했으면 했는데, 아쉽게 됐다.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녹십자가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반대표를 던지자, 적대적 합병이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적대적 합병이 이뤄질 경우 근무환경은 물론, 대대적인 보직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 직원은 “녹십자는 이번 지분율 확대는 적대적 M&A가 아닌, 단순투자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기업은 강자한테 잡히게 돼 있다”며 “앞으로 녹십자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녹십자의 계속되는 추가 지분율 인수도 관심꺼리다. 만약 녹십자가 일동제약 3대주주인 미국투자회사 피넬리티(9.99%)주식까지 인수할 경우 경영권은 사실상 녹십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다른 직원은 “경영 목표를 만들어 경쟁사인 녹십자에게 검토를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 한 경우가 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 된다”며 “일동 70년의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일동제약 경영방침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소액주주는 “일동제약은 주총 때마다 언론의 집중을 받고 있는데,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들이 더 많아 정말 짜증난다. 이번에도 M&A나 경영권 위기 등의 얘기들이 나오면서 소액주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일동제약 경영을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