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통화가치 하락으로 신흥국 경제에 위기감이 조성된 가운데 에너지 수입가격까지 오르면서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이스탄불 외환거래소의 터키 리라화(사진=로이터통신)
2일(현지시간) 브렌트 원유 가격은 달러로 환산했을 때는 2008년 고점을 하회하고 있지만,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남아프리카의 랜드화와 터키의 리라화를 기준으로 하면 사상 최고치다.
5대 취약 경제국에 속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역시 지난해 말 원유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 적자 확대 리스크에 노출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지난 10년동안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주요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했으며, 이 같은 추세때문에 원유 수입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신흥국 통화는 급격히 약세 전환됐고, 이에 따라 에너지 수입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이다.
지난주 남아프리카의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210랜드 이상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에너지 수입이 경상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터키에서는 원유 수입가격이 지난해 4월 이후 40%나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수입가격이 높아지면 경상적자 확대와 경제성장 둔화의 우려가 확대된다.
이에 신흥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용인해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보조금 지급을 통해 예산안을 압박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에너지 수입량을 제한하기보다는 보조금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내 가격을 동결하는 방법을 취해왔다.
하지만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보조금 프로그램의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4회계연도 예산의 11%가 연료 보조금으로 사용될 것이라 내다봤지만, 현재 인도네시아의 루피는 당초 예상보다 20%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료 보조금 비용이 급등할 것이란 설명이다.
암리타 센 에너지 에스팩트 컨설턴트 대표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통화가치와 계속해서 치솟는 에너지 수입 가격은 신흥국의 에너지 집중 성장 패턴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터 디 웨트 스탠다드뱅크 상품 부문 대표는 "운송과 식료품 지출이 많은 신흥국 소비자들은 연료 가격 상승으로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신흥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