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설 연휴 동안 이어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추가 축소가 결정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9일 미 연준은 12월에 이어 1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축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채권(MBS)과 국채 매입규모는 현재 350억달러, 400억달러에서 2월부터 각각 300억달러, 350억달러로 축소된다.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양적완화 축소가 이제 시작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영향을 받았다.
코스피 역시 지난달 양적완화 축소 소식에 한달 만에 100포인트 가량 빠진 데 이어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거래일 보다 20.58포인트(1.06%) 하락한 1920.57에서 움직이고 있다.
◇신흥국 금융불안 전이될까 '우려'
우리 증시가 흔들리는 이유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전이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양적완화 축소로 글로벌 유동성이 회수되면 그동안 유동성 효과를 봤던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신흥국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아르헨티나, 터키 등 기본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국가들은 해외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미국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미 연준 정책 변화가 외화 변동에 취약한 국가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이라며 "다만 금융의 구조적인 문제가 신흥국을 위기에 몰아넣을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흥 위기국 문제는 수시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할 것"이라며 "특히 신흥 위기국으로 거론되고 있는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공, 인도 등은 정치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위기국으로 거론되는 국가들이 어떻게 정책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위기 전이 척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터키, 남아공 등은 최근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국가이기 때문에 이들의 대응정책에 따라 신흥국 위기 확산이 좌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흥국 불안 보다 선진국 경기회복에 초점 맞춰야"
양적완화 축소 결정에 대해 유동성 회수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보다는 선진국 경기 회복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FOMC 회의 직후 발표된 성명서에 드러난 미 연준의 경기 판단은 1월 베이지북에서도 드러났듯 낙관적인 톤을 유지했다"며 "최근 가계의 소비지출과 기업들의 투자가 호전되는 가운데 고용시장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양적완화 축소의 명분이 경기 호조세에 기인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은 이런 경기 회복주장의 근거가 됐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2%(연율)를 기록했다.
채 연구원은 "지난 3분기 중 기록한 4.1% 성장률과 10월 중 발생했던 연방정부 폐쇄 16일을 감안하면 3%대 성장률은 미국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진행 중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축소된 반면 민간소비 성장기여도는 확대됐다"며 "연방정부 폐쇄 등으로 공공부문이 비워둔 자리를 민간부문이 그 이상으로 채워놓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주요 가격변수도 신흥국 불안보다는 선진국 경기회복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라며 "위험자산 선호를 반영하는 호주달러는 지난주 반등했으며, 1월 글로벌 상품가격지수도 작년 말 대비 소폭 상승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