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체기를 보내는 국내 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받고 있는 크루즈산업이 카지노에 발목이 잡혀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매년 두자릿 수의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이지만 한국은 이에 합류할 채비를 못하고 있다. 지난해 크루즈산업 활성화 지원 법안이 발표됐지만 여·야간 시각차만 확인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크루즈산업 지원 법안은 국내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면보다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과 그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크루즈산업..승선 못하는 한국
세계 크루즈시장은 2012년 기준 관광객 2014만명, 직접 소비액 362억달러를 기록했으며, 2000년~2012년 연평균 10.3%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전체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이 3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이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5년 80만명으로 6.3% 수준에 불과했던 아시아시장 점유율은 2010년 130만명 6.9%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700만명 25%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시장은 현재 메이저 4개사의 과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카니발, 로얄케리비안, 스타크루즈, MSC 등 4개사가 선박의 45.1%, 수용능력 86%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동북아 시장이 급성장하며 중국이 지난해 5월 최초의 국적크루즈 5만톤급 헤나호를 취항했으며, 일본은 NYK 등 5개 자국선사가 크루즈선을 운항 중이다.
한국은 지난해 3만톤급 하모니크루즈선이 첫 취항을 했지만 경영악화로 1년 만에 운항을 중단했다.
◇코스타크루즈社 8만6000톤급 크루즈 ‘코스타 아틀란티카’(사진=한승수)
◇성장 속도 따라가지 못하는 관련 인프라
국내 크루즈산업은 동북아 시장 확대 등으로 최근 5년간 기항 횟수는 4배, 관광객수는 7배 이상 증가했다.
2005년 40회에 불과했던 기항횟수는 2012년 226회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443회 기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항횟수 증가로 관광객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3만명 수준이었던 관광객은 2012년 28만2000명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72만명이 찾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만별로는 2012년 기준 제주가 14만명, 부산 12만명 등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은 인천항에 16만명이 방문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체류기간이 1일 미만의 단순 기항이 90% 이상으로 고용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내국인 크루즈 수요가 많지 않아 국내항을 모항으로 이용하는 크루즈선은 현재 전무한 상황이다. 환동해 일정의 중요 거점 요소를 갖춘 동해항은 크루즈 입항 가능 부두조차 없는 실정이다.
모항에 3만톤급 국적 크루즈 1척 투입시 경제효과 902억원, 고용 968명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항은 크루즈선의 방문에 따른 소비 외 큰 경제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관광객의 소비 규모다 모항과 기항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세계크루즈협회에 따르면 크루즈 모항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59달러인 반면 기항지는 126달러에 그친다.
김의근 제주국제크루즈포럼 위원장은 “국내 크루즈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전용 부두와 터미널,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법적인 지원도 없는 실정이다”며 “제주 강정과 부산 북항 재개발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기항으로써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항만을 가지는 정도다”고 설명했다.
◇해상 카지노, 정선 카지노 부작용 나타날까
크루즈산업 저변 확대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지원법이 발의됐지만 현재 여야간 의견차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쟁점은 내국인 카지노 허용 문제다.
지난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했다.
제정안은 승무원과 선원에 대한 사증을 면제하고, 관광진흥개발기금을 국적 크루즈 선박을 확보하기 위한 용도로 대여하거나 외국적 크루즈의 국내유치활동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크루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양성기관 지정, 크루즈산업 협회 설립, 공공 기관·단체, 사업자 등에 대한 재정과 금융 지원안이 담겨있다.
특히 국제순황 크루즈로서 총 톤수가 2만톤 이상이고, 신용상태를 충족시킬 경우 해수부장관에게 카지노업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해수부는 크루즈산업 육성을 위해 카지노 설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가에 주목, 도박 육성법으로의 변질 가능성을 경계하며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나섰다.
강원도 정선의 내국인 카지노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로 도입됐지만 도박 중독증 환자를 양성한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카지노가 전체 매출액의 25~30% 차지하고, 선내 가장 기본적인 휴양·레저시설로 운영되는 핵심기능임을 내세워 허용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 대부분 크루즈선에서는 카지노가 운영 중이며 내·외국인 제한없이 출입한다면서 "외국인 전용, 크루즈선 승선을 위한 비용, 선박이라는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사행성 조장 우려는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