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한수)게임에서 시작된 다이어트..'핏비트'

입력 : 2014-02-04 오전 8:06:45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구글 글래스, 삼성 갤럭시 기어 등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신체 접착식 전자기기)들이 언론의많은 조명을 받고 있지만, 현재 미국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주류는 개인 운동 측정(Personal activity trackers) 제품들입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라스에 비해 ‘살을 뺄 수 있다’,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중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은 지난 2007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기업이 만든 ‘핏비트(Fitbit)’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입니다.
 
◇핏비트는 걸음걸이, 계단오르기, 수면상태 측정 등 다양한 기능을 각각 다른 디자인의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사진=핏비트코리아 홈페이지)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핏비트는 미국 내 개인 운동 측정 디바이스 시장의 67%를 장악해, 나이키 퓨얼밴드(Fuel-band), 조본(Jawbone) 시리즈에 비해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핏비트의 최신 제품인 핏비트 포스(Fitbit Force)는 26개 제품을 비교한 미국 타임(TIME)지의 분석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을 얻어 당당히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핏비트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게임의 공식을 현실 세계에 도입해 특정 행동의 능률을 높이는 ‘게이미피케이션’의 활용을 들 수 있습니다.
 
핏비트의 창립자인 제임스 박(James Park)은 다른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다 급속도로 불어버린 자신의 몸을 한탄하며, 핏비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핏비트를 만들 때 닌텐도의 체감형 게임기인 위(Wii)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닌텐도는 기존의 게임에서 나아가 훌륭한 소프트웨어와 감각적인 면(위모트라 불리는 동작인식 컨트롤러)을 결합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했다. 핏비트도 이 같은 창조성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생활을 보다 활동적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핏비트는 사람들의 동작을 인식해 일상의 다이어트 활동을 ‘게임화’시켜 갔습니다.
 
특정 점수를 얻으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게임처럼 사람들은 걸음걸이를 채웠으며, 심지어 한 때는 성생활의 움직임까지 인식해 얼마 정도의 운동효과가 있는지도 측정해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나의 ‘운동점수’는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지만, 핏비트 자체서비스나 다양한 운동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과 경쟁을 유발해 다이어트 효과를 극대화시켰습니다.
 
다이어트를 희망하는 핏비트의 사용자들은 초기 6개월 동안 비사용자들보다 하루에 43%씩 더 걸었으며, 추가적으로 41% 체중감량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마치 카카오톡 게임에서 친구들끼리 점수 경쟁하는 것과 같은 효과로, 다이어트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쯤 사야 하는 필수 기기로 자리 잡아 갔습니다.
 
(사진=핏비트코리아)
 
게임에서 영감을 얻은 IT 제품은 이용자들에게 확실한 ‘이익’을 제공했고, 70%에 달하는 미국의 성인 비만율로도 알 수 있는 방대한 시장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 것입니다.
 
‘핏비트’는 운동 동작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의 발달,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동기유발 전략, 절실하게 다이어트를 욕망하는 사람들의 '필요성'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최근 핏비트는 국내에 핏비트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미국만큼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됩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배달 서비스 앱으로 인해 지역의 소형 소식지, 전단 제작 업체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핏비트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눔(Noom) 다이어트앱 등이 대중화될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동네 헬스장, 다이어트 운동기구 판매상, 개인 트레이너들도 자신들의 고유한 영업방식을 바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면 너무 섣부른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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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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