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전면 금지됐던 금융사 전화영업(TM)이 이르면 다음주부터 단계적으로 허용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TM영업 전면 금지를 발표한 이후 열흘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4일 금융당국은 은행, 카드사 등 금융권의 TM영업을 이르면 다음주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적법성 확인 후 단계별 허용
우선 보험사의 경우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전화를 통해 보험 갱신과 신규 상품을 파는 행위는 다음주 후반부터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모든 보험사에 TM영업에 활용하는 고객정보를 우선 자체점검한 확인서를 7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중 CEO 서명이 있는 확인서를 제출한 보험사는 TM영업 금지가 해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적법성 확인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보험회사가 직접 자사고객에게 동의받은 정보'를 우선 점검할 것"이라며 "추후 CEO가 확인한 내용 중에 유사 사고가 일어나면 엄중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타 보험사, 카드사 등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각 금융사에 보안사항에 대한 자체점검이 끝나는 대로 오는 14일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당국의 점검을 거쳐 적법하다고 확인되면 이달말부터 전화영업이 다시 허용된다.
◇고객정보가 유출된 카드3사 중 TM센터 내부 (사진=김민성기자)
금감원은 각 금융사의 TM영업 직원이 소속 및 이름을 밝히고 고객정보를 적법하게 취득해 영업이 재개됐다는 점을 알리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사의 문자메시지(SMS)나 이메일을 통해 대출을 권유 하는 등의 영업은 3월까지 금지된다. 이는 금융사 자체점검 종료 후 관련 가이드라인 시행과 함께 허용될 예정이다.
◇중심잃은 당국, 열흘만에 '백기'..금융권 "이래서 영(令)이 서겠나"
금융당국이 전화영업 재개를 당초 계획보다 서두른 것은 강경 일변도 정책에 생계수단 마저 잃어버린 텔레마케터들의 '아우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속조치 중 일부 정책은 공감가는 바가 있지만 TM영업 제한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교통사고가 났으니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는 꼴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는 사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2차피해가 없다면서 무조건 막는것만이 능사였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은 법적 근거도 없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정보유출 사고 초기에는 이정도로 '대형'사태로 이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금융사 CEO에게 경고를 주는 정도의 제스처로 일단락 될 줄 알았지만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급기야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백기투항'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과잉 대책에 혼란만 증폭된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늦게나마 파악하고 적정선에서 조절한 점은 잘된 일"이라면서도 "당국이 대책을 발표하고 한달도 안되 꼬리를 내리면 누가 진지하게 정부 발표를 신뢰하고 앞으로 영(令)이 서겠냐"며 반문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추가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비상상황이라 단호한 지시가 필요했다"며 "적법성이 확인되는 금융회사의 TM영업이 단계적으로 허용되면 TM종사자들의 고용불안 문제도 상당부문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