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수사 외압' 사건과 관련한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증거분석팀장에게 검찰이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황승태 판사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현직 경찰관으로서 증거를 인멸해 죄질이 중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온갖 의혹이 집중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정원 수사 축소지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있자, 관련 파일을 영구히 복구할 수 없도록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무시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 것"이라며 "범행 이후에도 범행을 축소하려고 노력하는 등 개전의 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경찰관으로서 증거인멸 혐의로 피고인석에 선 것이 부끄럽다"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복구 불능 프로그램을 실행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으나, 다른 의도나 이유는 없었다"며 "경찰로 돌아가 일 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점과 이에 따라 지난 공판을 거치며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설령 증거인멸 혐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김용판 전 청장의 재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친 점이 없다"며 관대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주장했다.
박 팀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해 5월20일 서울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할 당시 'MooO(무오) 데이터 회복방지기'를 실행해 업무용 컴퓨터의 삭제파일 복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 경감이 복구를 불가능하게 만든 파일이 김 전 청장의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팀장의 선고공판은 오는 1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