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재벌 총수들의 명운이 결정되는 2월. 재계 시선이 서초동을 향하고 있다.
새해 들어 재계 시선은 일찌감치 삼성가(家) 상속소송과 김승연 한화그룹,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줄줄이 예정된 서초동 법원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기업문화 특성상 총수는 해당기업과 동일시되는 만큼, 총수들의 운명 여부에 따라 한 해 경영전략이 재편성될 수도 있다. 높은 형량이 선고될 경우 재판 중이거나 선고 대기 중인 타 기업들로서도 '악영향이 미칠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상속소송'의 경우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으로 남을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이맹희·이건희 형제 간 갈등은 CJ와 삼성 간 전면전으로 비화됐다.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부담도 커졌다. 결자해지를 요구하며 CJ 측을 압박하는 이유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SK·한화그룹의 법정 공방이 장기화되자 "기업의 기본적 경영계획은 물론 전략투자 등 책임 있는 의사결정도 보류되고 있다"며 투자와 고용의 위축은 물론 국가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우려해왔다.
◇(왼쪽부터)대법원 선고를 앞둔 최태원 SK그룹 회장, 파긴환송후 항소심 선고를 앞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1심 선고를 앞둔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뉴스토마토 DB)
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선대회장의 차명주식을 둘러싼 삼성가 상속소송은 오는 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LIG그룹 3부자의 형사사건 항소심 선고 결과는 11일 잇따라 나온다.
한화그룹과 LIG그룹에 대한 선고는 당초 6일로 예정됐었지만 이날 해당 재판부는 "사건을 충실하고 종합적·전반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선고기일을) 11일로 연기한다"고 말했다. 한화와 LIG는 선고공판까지 일주일여 시간을 벌었다.
앞서 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2년 8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던 김 회장은 구속집행정지를 통해 병원치료를 받으며 파기환송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회장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부분과 현재 심리 중인 부분까지 1600억원을 공탁했다. 1심 이후 공탁한 1186억원보다 411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상속소송'에서의 당사자 간 '화해 가능성'은 선고 당일까지도 미지수다. 앞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가족관계의 정상화를 바란다"며 에버랜드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면서도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송은 취하하지 않아 법원의 판단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 측은 "'화해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화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진정한 화해를 바란다면 문제를 제기한 이맹희 전 회장 측이 먼저 소를 취하하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이다. 소송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입은 여론의 질타에 대한 앙금도 남아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맹희 전 회장이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주식 등의 대부분이 상속재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나머지도 상속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인 제척기간(10년)이 지났다고 판단해 일부는 기각, 일부는 각하 판결했다.
또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징역 8년을 선고 받은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의 선고 결과도 같은 날 나온다. 구본상 부회장은 구 회장의 장남이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SK·CJ·효성 등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올 상반기 쯤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4일이다. 최 회장 사건이 파기환송될 경우 SK로서는 유·무죄를 다툴 기회를 얻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은 이제 막 형사재판 출발점에 섰다.
최근 법원과 검찰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재벌 총수들에게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추세다. 경제 기여도를 근거로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던 그간의 관례를 깨고 더 이상의 '유전무죄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게 사법부 의지다. 실형 선고를 받는 총수들이 늘면서 재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