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재벌총수들 웃었다..다음은 SK

입력 : 2014-02-11 오후 5:40:15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운명의 여신은 재벌총수들 편이었다. 법정 구속됐던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실형을 면하게 됐다. 자연스레,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잇달아 나왔다. 1시간여 차였다.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구자원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이날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으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재판부는 "고인이 회계분식에 대해 미리 보고를 받았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그룹 총수로 LIG건설의 회생신청 사전계획을 최종 승인하는 등 가담 정도가 중하지만 79세 고령으로 간암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도 징역 4년으로 형기가 반으로 줄었다. 반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차남 구본엽 전 LIG 건설부사장은 가담 행위 일부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왼쪽부터)구자원 LIG회장(사진=뉴스토마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한화그룹)
 
구 회장에 이어 김승연 회장의 공판도 이어졌다. 구 회장에 대한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화그룹의 기대감도 커졌다. 사기성 CP 발행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구 회장이 고령과 병력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김 회장의 집행유예 가능성은 커졌다.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된 김 회장은 결국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2심에서는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에서 배임액수에 대한 일부 조정 등을 이유로 파기 환송된 끝에 이날 원심을 깨고 김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1597억원을 공탁해 피해액 전체에 대해 회복했고, 한화그룹 총수로서 그동안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점,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제 재계 시선은 대법원 선고를 앞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으며,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 회장의 선고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달 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 판결 끝에 고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터라 SK그룹도 이 같은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눈치다. SK그룹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딱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SK그룹 관계자는 "사안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한화의 심경을 잘 아는 처지이므로 이번 판결을 경제계 차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도 재판부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경제민주화를 타고 한층 강화됐던 사법부의 의지가 한층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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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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