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수천억원의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2·
사진)이 대법원까지 갔다온 끝에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합의5부(재판장 김기정)는 11일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과 사회봉사 30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계열사에 한유통과 웰롭에 연결자금을 제공하고 지급보증을 지시한 수법으로 저지른 배임액수를 종전 8994억여원에서 8806억원으로 낮춰서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김 회장의 혐의 가운데 한화석유화학이 소유한 여수시 부동산을 저가로 매각할 것을 지시해 272억여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되, 배임액을 47억2000만으로 종전보다 크게 낮춰잡았다. 종전에 이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된 배임액은 272억원이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드림파마에 선급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578억원을 횡령한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검찰의 변경된 공소장에 따라 이를 12억여원에 대한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위장계열회사인 한유통과 웰롭을 부당지원하려고 자회사를 이용하는 등 범행 수법과 경위, 내용, 결과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유통과 웰롭 등에 대한 연결자금 제공 및 지급보증은 이른바 돌려막기 과정에서 그 피해 위험성의 규모가 확대 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피해 계열사에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김 회장이 피해회복을 위해 1597억원을 공탁해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전액 이뤄진 점과 한화그룹의 총수로서 경제건설에 이바지한 공로와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화그룹 측은 판결선고 직후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앞서 김 회장은 2004~2006년 위장계열사의 빚을 갚고자 3200억원대의 회사 자산을 부당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1041억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회장의 횡령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회장의 배임 액수를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배임액 가운데 34억원을 철회하는 등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김 회장은 건강악화를 이유로 오는 28일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