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KTF와 합병을 목전에 둔 KT가 관로, 전주 등 이른바 필수설비 문제에 대해 '사유재산론'을 내세우며, SK텔레콤 등 경쟁 사업자들의 '개방' 요구를 일축하고 나섰다. 또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며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이석채 KT 사장은 2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부의 규제 방향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최근 'KT 합병' 문제 등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샌디에고를 방문, 해외 주요주주를 만나고 왔다.
이 자리에서 '트레이드윈스 NWQ 글로벌 인베스터' 등 해외의 주요 주주들이 한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하며, 일관성 없는 규제가 계속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KT는 KTF와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키로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 결정은 합병을 심사중인 방통위의 조건부 승인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KT의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최근 해외 IR(투자유치) 행사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KT에 대한 투자 의사를 적극 밝히는 등 합병 KT에 대해 기대를 보였다"며 "이번 주식 매입은 주주의 가치제고를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KT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3만8535원)에도 미치지 못하자, 자금부담에 따른 합병차질이 우려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사장은 필수설비 문제에 대해 KT가 민영화되던 상황을 상기시키며 "정부는 바뀌었지만 (필수설비를) 높은 값을 받고 팔면서 일체 규제를 안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합병문제가 통신업계 최대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최시중 방통위원장까지 경쟁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검토해볼 문제"라는 뜻을 밝히자, 합병승인 조건이 까다로워질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KT는 2001년 민영화 당시 약 6조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필수설비를 보유하게 됐으며, 옛 정통부가 LLU(가입자 선로 공동활용 제도)를 통해 다른 사업자들도 KT의 필수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왔다.
하지만 일부 운영 미숙과 제도 미비로 LLU가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고, KT-KTF 합병 발표를 계기로 필수설비 공동 이용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