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던 윤석민(28)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아직 신체검사(피지컬 테스트)가 남긴 했지만 계약이 무산될 확률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CBS스포츠는 13일 밤(이하 한국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윤석민이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과 계약에 합의했다(Orioles, suk-min yoon have agreement). 피지컬 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pending physical)"고 전했다.
또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볼티모어 담당인 브리트니 길로리 기자도 비슷한 시각에 "볼티모어가 윤석민과 3년 575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선발 등판에 따른 보너스가 지급되는 계약이며, 구체적인 옵션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두 매체 잇따른 보도에 앞서 'MASN'의 볼티모어 담당인 로크 쿠바코 기자도 역시 "볼티모어가 윤석민과 마지막 세부내용(final details)에 합의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민의 볼티모어 계약설에 무게를 실었다.
◇윤석민이 볼티모어 마크가 담긴 모자를 쓰고 인증샷을 찍었다. (이미지=윤석민 트위터 캡처)
◇별로 어색하지 않은 볼티모어행
윤석민의 볼티모어행은 별로 어색하지 않다. 이미 여러가지 정황상 미국에 진출하려 하는 상황이라면 볼티모어와 손을 붙잡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시즌을 마치고 MLB 도전을 선언한 윤석민은 같은해 11월 에이전트사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본사 사옥이 있는 미국 LA로 건너가 몸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윤석민을 원하는 팀이 금세 나오지는 않았다. 윤석민보다 기량이 월등하게 빼어난 선수로 평가되는 다나카 마사히로의 입단이 더뎠고, 기량이 좋은 선수가 적잖았다. 또한 '퀄리파잉 오퍼' 등의 제도로 FA 시장이 다소 소극적인 형태로 변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윈터미팅 기간 중 보라스는 "선발 투수로 고려 중인 2~3개 이상 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을 통해 이들 팀은 미네소타, 보스턴, 볼티모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컵스, 텍사스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보라스가 조성한 훈풍의 분위기는 의외로 빠르게 멈췄고, 많은 팀이 다시 장고에 들어간 끝에 1월을 넘기게 됐다. 결국 많은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계약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입단 움직임은 이달 초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1일 윤석민이 샌프란시스코와 볼티모어, 5일 텍사스·시카고 컵스 관계자 앞에서 불펜 투구를 펼쳤기 때문이다.
윤석민을 고려하던 텍사스가 11일 FA 토미 핸슨과 계약하며 윤석민의 행선지는 사실상 볼티모어로 굳어진 모양새였다. 볼티모어와 텍사스를 제외하면 소극적 움직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와중에 12일 윤석민은 자신의 트위터 상에 볼티모어 고유 마크가 부착된 모자를 쓴 사진을 게재했다. 윤석민이 정착할 행선지의 한국은 물론 미국도 적잖은 관심을 두던 상황에 윤석민이 공개한 트위터의 사진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고, 윤석민의 볼티모어 입단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그동안의 정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윤석민의 볼티모어행은 어색하지 않았다. 한·미 SNS 상의 반응도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물론 아직 입단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윤석민. (사진제공=KIA타이거즈)
◇'정대현을 떨어뜨린' 신체검사가 관건
많은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가 맞다면 윤석민은 볼터모어 입단에 합의한 상태다. 8부능선을 넘은 모습이다.
다른 구단이면 '9부능선을 넘어섰다.'고 표현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통상 신체검사는 FA(자유계약선수) 영입과정에 진행되는 요식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티모어이기에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볼티모어의 신체검사가 까다롭고 한국인 선수의 '퇴짜' 사례가 전에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는 이번 오프시즌만 살펴도 마무리 투수로 영입한 그랜트 발포어, 주전 외야수로 영입한 타일러 콜빈이 피지컬 테스트를 통해 떨어지면서 계약이 백지화됐다.
그런데 발포어의 경우 선수가 검사 결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단 반응을 보였고, 끝내 템파베이와 계약 합의를 이뤘다. 볼티모어의 '깐깐한' 신체검사가 도마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볼티모어는 한국인 선수와도 악연이 있다. 현재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뛰고 있는 정대현이 2011년 시즌을 마치고 볼티모어와 '2년 계약'에 합의했지만, 곧이어 신체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했다면서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볼티모어의 신체검사가 여러모로 까다롭기에 건강문제가 이슈가 됐던 윤석민의 볼티모어행은 안심하기 쉽지 않다. 끝까지 기다려봐야만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윤석민의 계약을 낙관했다. 헤이먼은 "윤석민의 계약은 피지컬 테스트에 달려있으나, 초기에는 그가 (테스트) 통과에 필요한 좋은 몸 상태(good shape)란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만약 윤석민이 신체검사를 통과하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미국 취업비자 취득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비자가 나오면 윤석민은 사라소타의 에드스미스 스타디움서 진행되는 볼티모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