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모두가 획일적인 교육을 받았는데 갑자기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만약 혁신을 주도할 인재가 있다고 해도 기업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요."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18일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가 공동 주최한 미래 인재 컨퍼런스 2014에 참석해 '창의적인 인재를 위한 신경과학: 머릿속에 다른 것을 채우자'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젊은이들에게 창의성과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며 "하지만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획일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미래 인재 컨퍼런스 2014에 참석해 '창의적인 인재를 위한 신경과학: 머릿속에 다른 것을 채우자'를 주제로 강연했다.(사진=뉴스토마토)
정 교수는 일례를 제시했다. 길거리에 하얀 광고판이 있다. '오일러 수(e)에서 제일 처음 등장하는 열자리 소수.com'이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겠지만 궁금한 사람은 몇몇 이 문제를 풀었다. 그랬더니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음 문제가 제시해됐다.
두 번째 문제는 더 어렵다. 여러 숫자를 제시하며 '이 숫자들의 공통점은 합이 49가 되는 e의 digits들'이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를 풀었더니 구글 채용 사이트로 연결됐다. 구글은 여기에 이력서를 넣은 사람을 대상으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한 후 바로 채용했다.
정 교수는 "만약 '이 문제를 풀면 구글에 채용된다'고 명시했다면 여러명이 도전했을 것"이라며 "순수한 내적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답을 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경종을 울렸다.
정 교수는 "상담을 받다보면 상담자의 70%가 즐거운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자명하다"며 "학생들에게 그런걸 찾을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았고 방학 때마다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남들이 그려놓은 지도위에서 길찾기를 했지 스스로 지도를 그려보지 못했다"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이 만연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최근 창의성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지금까지 타인과 다른 일을 해보는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회사는 이런 걸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고스펙을 보지 않는다, 창의적이면 좋겠고 남다른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젊은이들에게 주문한다"면서 "하지만 기업들은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을 채용해서 똑같은 직무 교육을 시키고 전임자가 했던대로 일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강연하고 있는 정 교수(사진=뉴스토마토)
또 기업이 조직원들을 다루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업들이 보상(승진·인센티브)과 처벌(강등·퇴사)을 통해서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는 발견·발명·창의·혁신·남들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하기 좋은 기업을 판가름할 때 높은 연봉을 보장하거나 고용 안정을 약속하는 곳이 아니다. 회사가 직원을 믿어주고 직원들이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는지, 동지애를 느낄 수 있고 직원들이 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 등의 요소가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업들이 좋은 것을 천편일률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어떤 일이 놀이가 되면 즐겁지만 업무가 되면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놀이와 소통을 강조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를 도입했다"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소통을 명목으로 직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지만 맥락을 모른채 실리콘밸리 회사들을 무작정 따라하다보니 그 정신은 없고 형식만 도입됐다"고 진단했다.
가장 창의적이어야 하는 게 가장 비창의적인 방식으로 전락했다는 것. 때문에 정 교수는 회사 자체가 창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각박한 세상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라고 요구만 할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혁신을 이룰 기업 문화가 조성됐는지 기업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젊은이들과 기업 모두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그럼 모두가 행복할 수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