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윤석민, 볼티모어 공식 입단 "한국에서 더 좋은 제안 했지만.."

입력 : 2014-02-19 오후 9:25:04
◇윤석민이 19일(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식에 참석했다. (사진=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 공식 트위터 캡처)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돈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내 머릿속엔 메이저리그에서 던지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이 윤석민에게 직접 등번호 18번이 표기된 팀의 유니폼을 입히며 윤석민의 입단을 환영했다. 댄 듀켓 단장을 비록한 구단의 많은 관계자도 윤석민의 입단식에 참석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윤석민은 19일(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장이 위치한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서 기자회견을 겸한 입단식을 진행했다. 이로써 윤석민은 박찬호 이후로 15번째의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자 류현진에 이어 두번째의 한국 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그(MLB) 직행 선수가 됐다.
 
◇"한국에서 더 좋은 제의를 받았지만 돈은 문제되지 않았다"
 
볼티모어는 전날 윤석민과의 계약을 발표하면서 3년간의 보장금액을 575만5000달러(한화 약 61억원), 인센티브를 모두 달성하면 최대 1325만5000달러(한화 약 141억원)를 받게 되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볼티모어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입단 첫 해는 마이너리그에 속해 뛸 수도 있지만 2년차 선수가 되는 2015년에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주어지는 좋은 조건도 담겼다. 
  
윤석민은 "계약조건이 제일 좋았고, 최대한 빨리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팀일 것 같아 선택했다"면서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윤석민의 볼티모어 입단은 쉽지 않았다. 2011년 전성기 이후 지난 두 해에 걸쳐 부진한 모습을 보인데다 지난해 어깨 부상의 후유증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결국 접촉한 구단은 매우 많았지만 최종 계약은 늦게 이뤄졌고, 이번 볼티모어와 체결한 계약도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있지만 인센티브가 보장금액과 비교해 과다했다.
 
그렇지만 윤석민은 금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고 자기 의사를 밝혔다. MLB에서 뛰겠다는 결심도 확실히 표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더 좋은 제의를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돈이 문제는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경쟁하는 기회를 중요했다"면서 "2011년 말에 포스팅에 참가하려 했는데 미국에 오지 못했다. 그동안 내 머릿속엔 메이저리그에서 던지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내 결정엔 변함이 없었다"고 MLB행이 확고했음을 밝혔다.
 
윤석민은 과거 LA 다저스에서 뛰던 박찬호를 보며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새로운 무대로 인한 설렘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는 박찬호 선배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그 때부터 빅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꿨다. 이제 그 꿈이 매우 가까이 와 흥분된다. 빨리 시즌을 시작해 던지고 싶다"면서 "최고의 리그인만큼, 한국 타자보다 잘 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내 공을 던지려 노력하겠다. 지금은 마운드에 서서 계속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을 상상한다"고 각오를 힘주어 말했다. 
 
윤석민은 현지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구단에 대한 인지를 묻는 기본적인 질문 외에도 지난 시즌의 보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윤석민은 이에 대해 솔직하게 답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을 어느 정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최다 연속경기(2632경기) 출전 기록을 보유한 칼 립켄 주니어를 안다"면서 "볼티모어의 경기를 많이 봤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 인상깊었다"고 답했다.
 
지난 시즌 마무리로 뛰게 됐던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5월이 돼서 몸이 좋아져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팀에 마무리가 없어 역전당한 경기가 많았다"는 형태로 밝혔다.
 
◇윤석민이 12일(한국시간) 트위터에 볼티모어 마크가 담긴 모자를 쓰고 촬영한 인증샷을 올렸다. (이미지=윤석민 트위터 캡처)
 
◇볼티모어에서의 보직은 선발? 마무리?
 
현지 언론은 윤석민의 입단식은 농담이 오갈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내용이 윤석민이 받은 등번호 숫자와 관련된 것이다. 윤석민이 받은 등번호 18번과 관련해 듀켓 단장이 "아시아 국가들이 에이스에게 부여하는 등번호"라고 밝히자 윤석민의 통역인 테드 여는 "18승이면 좋겠다"라고 말혔다. 곧바로 쇼월터 감독은 "나는 평균자책점 1.8을 선택하겠다"고 언급해 좌중은 웃음 바다가 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윤석민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다. 윤석민의 입단이 발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FA 대어로 꼽히는 FA 우발도 히메네즈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히메네즈는 윤석민과 비교해 여러모로 검증된 투수로서 손꼽힌다.
 
히메네즈는 피지컬 테스트만 통과하면 계약이 확정된다. 계약금액은 4년간 5000만달러(한화 약 534억원)의 거액으로, 볼티모어는 히메네즈가 입단할 경우 마지막 한 자리의 선발 자리를 건네줄 것으로 보인다. 선발 보직을 원한 윤석민의 입장에서는 날벼락같은 소식이다.
 
윤석민은 이번 시즌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 윤석민은 다른 투수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함은 물론 마이너리그로 가는 일도 막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히메네즈 영입은 윤석민의 입장에선 결코 좋지못한 소식이다.
 
현재의 윤석민에 대한 볼티모어 단장과 감독 평가는 좋다. 듀켓 단장은 윤석민과 관련해 "제구력이 좋고 경험이 풍부하다. 역할은 감독이 결정하겠지만, 선발과 마무리 등 다양한 능력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후 "우리가 알기로 지난해 어깨 건초염이 있었지만, 미국 온 뒤로 꾸준히 어깨강화 훈련을 실시했다"며 몸 상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쇼월터 감독은 신중한 자세를 보였지만 부정적인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선발·구원 모두 가능한 투수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10일 후 그의 보직을 묻는다면, 그땐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좀더 지켜보겠단 의견을 보였다.
 
드디어 오랜 시간동안 꿈에 그리던 무대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만 남았다. 과연 윤석민은 어느 위치에서 시즌을 시작해 어떤 모습으로 이번 시즌을 마칠까. 한국은 물론 볼티모어 팬들의 관심도 20일부터 팀내 훈련을 소화하며 치열한 팀내 경쟁을 잇기 시작할 윤석민을 향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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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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