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올해 기획재정부 업무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공공기관 정상화'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특히 최근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외치는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의지는 남다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반드시'라는 단어까지 언급하며 공공기관 정상화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올해 기재부의 업무계획은 과다 부채 관리를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매각 후 재임대(sale & lease back·세일앤리스백) 제도, 공사채 발행 총량관리제 등 다양한 장치를 도입해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방만경영을 뿌리뽑기 위해 경영평가를 강화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 자격기준소위'를 구성해 임원자격을 좀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된 인력을 채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일종의 낙하산 인사방지 체계로 꺼내든 '임원 자격기준소위' 카드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공공기관 임원 선임 권한을 가진 정부가 구태의연한 낙하산 인사 관행에 눈감으면서 공공기관 임직원을 얼마나 정확한 잣대로 개혁 드라이브를 실천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와 합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획재정부 2014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획재정부 2014년도 업무보고'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기획재정부의 올해 업무계획은 예상대로 공공기관 정상화에 중점을 뒀다. 현 부총리는 지난해 연말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의 과다 부채와 방만 경영을 거세게 질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국가적 과제로 내걸었다.
기재부는 올해 공공기관의 부채를 성질별·원인별로 분석해 공개하고,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고용세습, 휴직급여, 퇴직금·교육비·의료비, 경조금 지원, 복무행태 등 복리후생 관련 8대 항목을 낱낱이 공개한다.
알리오시스템 역시 경영정보 공개범위, 수준 등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공공기관의 부채를 오는 2017년까지 200%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18개 중점관리대상기관 부채감축계획을 이번달 말 정상화협의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하고, 3분기 이행실적 점검 및 중간평가에 나선다.
헐값매각 방지를 위해서도 매각시기를 분산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리츠·부동산펀드 등을 활용한다. 공공기관 사옥에 대해서는 세일앤리스백 제도를 활용하고 '공사채 발행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공사채 발행 총량 관리를 강화한다.
방만경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복리후생 수준이 과도한 38개 기관을 중점관리기관으로 선정하고 이행실적을 평가해 우수기관은 중점관리기관에서 해제하고 미흡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장 해임, 임금동결 등 벌칙을 부과할 예정이다.
특히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관리 감독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 자격기준소위'를 구성해 임원직위별 세부자격 요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호주, 그리스 등은 5년 이상 관련 업무경력 등 수치로 계량화된 임원 자격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김상규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두루뭉술하게 돼 있는 임원자격을 좀 더 세분화한다는 의미"라면서 "예를들어 감사의 경우, 회계사 경력이 있으면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재정업무관리관은 이어 "커리어를 중시하거나 유사 경력이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해 관계기관의 경력이나 관련분야의 경험이 없는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 임원으로 오기 힘들어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원 자격기준소위'가 소위 낙하산인사 방지체계로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정부가 선정한 38개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 기관장 가운데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이사장,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등 13명은 정치적인 이유로 선임됐다. 최근에는 정치인 출신인 이강희·조전혁 전 의원과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한국전력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외이사도 보은용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꿰차는 분위기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가 만연한 현실에서 정부가 관련 관행은 눈감으면서 임직원의 세부자격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사실 자체가 이율배반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또 임원 자격기준 소위의 구체적인 기준도,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정해지지 않을 뿐더러 임원 자격기준도 법률이 아닌 지침에 머무른 상태여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필요한 부분이긴 하나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인사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