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빚더미에 시달리는 수만여명의 학생 채무불이행자가 아직도 채무조정을 받지 못하면서 신용불량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금융채무 장기연체자에 대한 채무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학자금 대출 연체자들만 채권매입이 늦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새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안녕하지 못한 대학생들,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학 문제를 말하다' 기자회견을 열어 비싼 등록금 문제를 토로했다ⓒNews1
20일 금융당국과 캠코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마감이 끝난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국민행복기금에서 한국장학재단의 채무에 대한 매입과 이관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학자금 대출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하기 위해서는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한국장학재단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관련법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법은 지난해 8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발의했는데 다른 쟁점 등으로 인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도 다른 현안에 묻혀 통과되기 어렵다는 우려와 전망이 우세하다.
교문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법안이 중점핵심법안에 들어가 있다"며 "다만 다른 이슈들로 인해 국회의원들의 설전이 심한 상황이라 통과여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법안이 개정되면 바로 매각할 수 있도록 준비를 다 마친 상태"라며 "올해 학생들 몇만명을 지원해줄 수 있는데 법안 통과가 안돼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안 자체가 교문위에서 발의됐기 때문에 법 통과 될 때까지 손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한 김희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때 최대한 여야 협의를 통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며 "합의점을 찾아 가급적 통과시켜 올 4월부터는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 채무조정은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국민행복기금이 학자금대출 채권을 매입한 후 채무조정을 제안하고, 이에 동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금융위는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채무조정 신청기간을 올 1월까지 연장했는데신청기간에 신청한 학생들은 40~50%의 채무조정 감면율을 적용받는다.
캠코 관계자는 "1월말까지 총 2만1000여명의 학생이 채무조정 신청을 했다"며 "법 통과되면 신속히 연체채권 매입과 채무감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캠코는 국회의 상황을 지켜보고, 조속히 지원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데 신제윤 금융위 장관도 지난해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현행법상 행복기금이 채권을 사올 수가 없어 학자금 채무조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국회에 조속 처리를 요청했지만 해가 바뀌도록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관련 채무불이행자(신용유의자)는 2008년 말 1만여명에서 2012년 4만명까지 급증했다.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유의자로 등록돼 금융거래가 어려워진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학자금 관련 채무불이행은 젊은 학생들이 취직도 어렵고, 등록금도 너무 비싸 어쩔수 없이 연체한 경우"라며 "국회는 그 어떤 법안보다 학생 민생 관련에 대한 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