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간첩을 만들기 위해 증거가 위조된 것이 아니라, 중국이 자국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방첩' 성격이 짙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사진)는 23일 "지금은 진상조사를 해야 할 때"라면서 "정치인들의 무모한 선정주의 때문에 국익이 훼손되고 있다고 느낀다.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조작된 문서에 관여한 이인철 영사를 야권이 국정원 직원이라 의심하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정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특히 이 사건은 한중 외교 문제와 공안수사가 갖고 있는 공개 범위의 한계 문제 등이 겹쳐 있다"라면서 "국익을 생각한다면 정치권이 차분히 진상조사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세상에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근본적으로 이 사건은 중국 공안 당국의 방첩 사건이다. 조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방정부의 한 관리가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 정부와 관련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간첩행위라고 하고 있다"며 "그런 큰 차원에서 볼 문제다. 한중 외교관계 문제는 방첩 문제가 있으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그게 국익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간첩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커지자 방첩 사건이라며 맞불을 놓는 새누리당의 대처 방식은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던 박근혜 대통령의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증거가 위조됐다면 진위 여부에 대해서 재판부가 당연히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지금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니까 사법부의 판단이 있을 것이다. 진상조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증거 조작 여부는 검찰의 수사와, 사건에 대한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인데 여권은 이미 지난해 불거진 국가기관들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이러한 자세로 일관하는 중이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또 유씨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해 8월을 전후로 이 영사가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부임한 것에 대한 야권의 미심쩍은 시선도 일축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외교부 소속으로 어떤 직원을 보낼 때 그게 갑작스럽게 이뤄지나. 보통 3~4개월 전에 보내진다. 허무맹랑한 논리"라면서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절실히 느낀다"라고 말했다.
한편 24일 이윤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과 국정원을 믿으라고 하는 것은 또다시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오만이고,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셀프조사는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말로 윤 원내수석부대표의 '진상 규명 우선론'에 반대한 뒤 "이 사건은 국정조사와 특검에 맡겨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