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포트)⑦이광민 리앤컴퍼니 대표 "와이파이, 좀 더 편리하게"

입력 : 2014-02-26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주말 적적한 시간, 카페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먹는 당신. 하지만 아메리카노를 입에 머금은 채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을 하려고 하니 불편함이 한 가득.
 
종업원에게 비밀번호를 물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개인정보를 입력하라는 접속화면,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접속이 끊기는 일까지..이럴 거면 도대체 왜 와이파이를 설치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생활 속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발명”이라고 했던가. 와이파이 이용환경을 쾌적하고 재미있게 바꾸자는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바로 ‘와플’이라는 광고솔루션을 운영하는 기술회사, 리앤컴퍼니다.
 
와플이 이용자에게 부여하는 편리함은 무엇일까. 와플이 설치된 매장에서는 직원에게 비밀번호를 물어볼 필요도, 껄끄러운 개인정보 인증절차도 없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 아이디로 손쉽게 접속이 가능하고, 접속화면은 톡톡 튀는 광고로 구성돼 있다. 예컨대 간단한 퀴즈를 맞추거나 이벤트에 응모하면 와이파이에 접속되는 식이다.
 
리앤컴퍼니는 광고주와 매장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가져간다. 얼핏 보면 트렌드에 민감한 사업모델이지만 예상 외로 창업자는 잔뼈 굵은 시니어 비즈니스맨. 이광민 리앤컴퍼니 대표는 개발 분야에서 25년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다.
 
사업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와이파이 광고라는 개념이 국내에서는 일반화되지 않은 데다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매장들과 일일이 제휴를 맺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며 최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 공동사업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이광민 대표는 일반적인 중장년층 이미지와 다르게 밝고 유쾌한 사업자였다. 그가 어떤 계기로 사업을 구상했으며,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험은 젊음보다 세다"..25년 업계 베테랑
 
-안녕하세요. 소개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리앤컴퍼니의 이광민입니다. 통상 공용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인증화면이 필수적으로 뜨는데요. 이를 광고로 전환하는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이름은 와플입니다.
 
-어느덧 봄이 가까워졌는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아무래도 먹고 사는 부분이죠. 얼마 전 공동사업 계약을 크게 체결했는데요. 올해까지 4000개 매장에 솔루션을 공급해야 됩니다. 그래서 40곳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업무 표준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경력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나이를 들킬까봐 이런 이야기를 하기 꺼리네요. 하하. 25년 정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력을 가졌어요. 대부분 개발자 생활을 했는데요. 첫 직장은 금성히타치입니다. 이후 삼보데이타, 케이포엠 등을 거쳤고, 창업은 2005년 처음 했습니다.
 
◇ 이광민 대표 (사진=뉴스토마토DB)
 
-첫 회사는 무슨 사업을 했나요?
 
▲택시콜에 관한 솔루션입니다. 이용자가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면 통신사로부터 위치정보를 받아 배차를 돕는 것입니다. 회사는 2008년 '백산ITS'라는 곳에 매각을 했어요. 투자비용은 회수하긴 했는데 액수가 적어 돈을 벌진 못했습니다.
 
-바로 리앤컴퍼니를 만드셨나요?
 
▲아니요. 매각조건에 따라 3년 정도 인수사에서 근무를 하고, 2011년 6월 개인사업자 등록을 통해 준비작업을 진행했죠. 법인을 만든 것은 2012년 3월입니다.
 
-원래 사업에 뜻이 있었나요? 그리고 서비스 구상이 궁금합니다.
 
▲사실 첫 번째 사업은 나이가 차면서 위기감에 시작한 감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템 구상계기는 간단해요.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데 너무 불편했어요. 헌데 제가 위치기반서비스(LBS) 쪽에서 사업을 했잖아요. 그래서 '포스퀘어'라는 위치인증 기반의 SNS에 관심이 많았는데 “와이파이 인증과 광고를 연결시키면 어떨까” 생각을 했죠.
 
-지난 몇 년간 언론에서는 청년창업이 많이 조명된 것 같아요. 시니어 비즈니스맨으로서 아쉬움이 있진 않나요?
 
▲청년창업은 환영할 일이죠. 사실 지금이 청년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에요.
 
-벤처를 하시면서 나이가 걸림돌이 되진 않나요? 예컨대 창업지원금을 받는 데 나이제한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억울하지 않나요?
 
▲젊은 사람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보다 창업에 대한 의지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그래서 정부 지원이 조금 쏠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와, 굉장히 쿨하십니다. 혹시 나이가 많아 생기는 불이익은 없나요?
 
▲글쎄요. 파트너사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정도인 것 같아요.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어리니 불편해하죠. 술이라도 먹으면 자연스럽게 족보를 따지게 되고.. 하하.
 
◇ 사무실 (사진제공=리앤컴퍼니)
 
-만약에 시니어 비즈니스맨으로서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나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능력이 생기진 않아요. 다만 정신력이 강하고 성숙한 면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촉매제와 타이밍도 필요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멘탈이 좋아졌다고 할까.
 
-자본금 규모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5000만원이에요. 제가 최대주주고, 직원 두 명이 출자에 조금 참여했습니다.
 
-창업한 지 꽤 시간이 지났으니 추가 유입이 있었을 텐데요.
 
▲증자는 하지 않았어요. 다만 유입은 있던 것은 맞아요. 2011년 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면서 6000만원을 얻었어요. 그리고 기술보증기금에서 벤처인증을 받고 8000만원 융자를 받았습니다.
 
-채용에 관한 부분은 어땠나요? 경력이 있으니 수월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아요. 후배 대부분이 임원이나 부장이라서 데려오기가 쉽지 않아요. 멤버는 모두 5명이에요. 저를 빼고 개발자 셋, 기획자 하나입니다. 이들 대개 우연히 만났거나 지인추천을 통해 끌어왔죠.
 
◇ 와이파이 (사진제공=리앤컴퍼니)
 
◇"기술력과 실행력으로 B2B 및 해외시장 공략"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주변에서 아이디어는 좋지만 수익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사실 우리도 많이 고민한 문제였는데요. 지금까지는 매장과 직접 제휴하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그래서 300곳에 솔루션을 공급했는데요.
 
어차피 광고는 매체에 따라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행착오로 비용이 헛되이 나가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직접 영업하기보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공동사업을 하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죠.
 
-최근 대규모 공동사업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들었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맞아요. 지금 이 시점에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까지 대형 유통업체 매장 4000곳에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어요. 사실 기업간 거래(B2B) 영업은 별 것 없죠. 주구장창 매달렸습니다.
 
-영업은 서로 니즈가 있을 때 성사되지 않나요? 매달리면 더 안될 것 같은데요.
 
▲2주에 한번씩 연락하고 자료요청이 오면 최선을 다해 응대했죠. 그러다 그쪽에서 관심을 보였는데요. 문제는 미국 통신장비회사인 ‘아루바네트웍스’와 경합을 해야 했어요.
 
-피 말렸겠어요.
 
▲포기했어요. 괜히 상처받기 싫어서요. 아루바네트웍스는 직원만 5000명이 넘는 글로벌회사거든요. 하지만 고객사와 우리의 니즈가 맞아떨어졌어요.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자 하는 것인데 아로바네트웍스는 장비회사이지, 광고사업 역량은 부족하거든요. 우리는 반대였죠.
 
-수익은 어떻게 배분하나요?
 
▲공동사업 형태이고요. 유통업체, 리앤컴퍼니, 광고대행사가 특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매장당 하루 방문자를 20명으로 잡고 있는데요. 광고단가를 100원으로 치면 1년에 여기서만 수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혹시 해외사업을 진행하는 게 있나요?
 
▲우리가 딱히 의도하진 않았어요. 다만 망 인프라가 고도로 발전된 국내와 달리 해외는 와이파이에 대한 니즈가 매우 커요. 그래서인지 아프리카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문의가 왔고, 실제 얼마 전에는 수출에 성공했습니다. 베트남 소재 기업인데요. 계약금 5만 달러에 특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형태라고 보면 되요.
 
-대단한데요. 프랜차이즈 영업과 해외사업 모두 쉽지 않았을 텐데요. 리앤컴퍼니는 행동에 강한 것 같습니다.
 
▲하하. 그런가요.
 
-다만 프랜차이즈 업체랑 일을 하면 답답한 것은 없나요? 많이 보수적일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도 그런 우려가 많았어요. 하지만 딱히 없습니다.
 
- 이용자층은 어떻나요?
 
▲개인정보를 갖지 않아 잘 몰라요. 다만 특정 매장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으로 분석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58%가 여성, 42%가 남성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이대별로는 20대가 제일 많았습니다.
 
◇ 와플 모바일 로그인 화면 (사진제공=리앤컴퍼니)
 
◇와이파이 광고, 정말 사업성 있을까?
 
-이번에는 조금 공격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요. 리앤컴퍼니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데요. 이미 LTE는 속도 측면에서 와이파이 수준에 도달했고, 통신사는 지속적으로 요금을 낮추는 추세에요. 와이파이가 생존 가능할까요.
 
▲통신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인가망으로 무선 인터넷 트래픽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주파수도 한정돼 있고, 기지국 설치비용도 비쌉니다. 즉 차는 늘어나는데 도로의 폭은 정해졌다는 이야기에요.
 
트래픽 분산 문제 때문에 이통사는 와이파이를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이러한 경향은 해외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요. 2017년 무선인터넷 데이터 65%가 와이파이를 통해 처리된다는 씨스코 예측자료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공용 와이파이 속도가 느려 잘 쓰지 않아요. 와플이 개선할 수 있나요?
 
▲우리는 장비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속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통신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겠죠.
 
-통신사 입장에서는 힘들게 구축한 망에 비스니스를 하니 달갑지 않을 것 같은데요. 견제는 없나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죠. 하지만 아직까진 없어요.
 
-예전 네이버와 KT가 ‘칸’이라는 합작사를 세워 와이파이 광고시장을 개척하려 했었는데 잘 안됐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세요?
 
▲일단 지분문제가 있었어요. 50대 50으로 출자를 했는데 의사결정권이 분산됐죠. 그리고 서로 니즈도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KT는 네이버가 광고물량을 태우길 바라고, 네이버는 KT가 와이파이망을 열길 바라는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 사무실 (사진제공=리앤컴퍼니)
 
-리앤컴퍼니의 경쟁사업자와 협업사업자는 누구라고 보세요?
 
▲국내에서는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알아요. 외국에서는 스페인에 있는 fon이라는 업체를 비롯해 꽤 많습니다.
 
협력사업자는 통신사라고 봐요. 통신사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와이파이 광고사업을 할 만한데요. 직접하는 것은 어려워요. 내부적인 정책으로 접속 인증시스템이 복잡하고 온라인광고에 관한 기술력과 노하우도 부족해요. 리앤컴퍼니와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통신사에 인수될 가능성도 있겠네요.
 
▲글쎄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리앤컴퍼니만의 독점적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이죠?
 
▲기술력이죠. 멤버 모두가 엔지니어 출신이고 솔루션 개발에 집중한 결과 다양한 광고모델을 만들었어요. 노출형, 설문형, 텍스트 입력 등 다양한 상품이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가 커지더라도 기술력 보강에 힘쓸 예정이고요. 마케팅을 내재화하진 않을 것입니다.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만약 우리가 전세계 10만 매장과 손잡고 있다면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광고주가 마케팅을 할 때 우리의 싸고 좋은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어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만 광고하고 싶다면 이것도 가능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광고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리앤컴퍼니를 어떻게 평가할까?
 
스타트업 자문단은 전반적으로 리앤컴퍼니의 사업 아이템과 방향, 실행력을 높게 평가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출범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본 회사로서 장비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잘 접목했다”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특히 기술 로열티 지급방식으로 해외진출을 이룬다면 큰 매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자료를 인용하며 “지난해 모바일 광고시장이 4160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성장했다”며 “여기서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수준 높고 다양한 상품구성이 필요한데 광고상품 기획력과 기술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아 방향을 잘 잡았다”고 말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또한 “와이파이를 매개로 오프라인 트래픽과 광고시장을 연계시킨다는 발상이 신선하다”며 “지금까지 회사가 보여준 개발 및 사업제휴 역량이 매우 인상적이라 앞으로 성장도 기대된다”고 호평했다.
 
다만 김 교수와 박 대표는 사업기반이 와이파이에만 그친다면 성장 잠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른 유무선 온라인광고에도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해야 온라인광고기업으로서 재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상기 소장은 “자유직종이 많아지면서 공공장소에서의 인터넷 접속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한편 와이파이는 중요한 네트워킹 수단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주요 약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그룹장(1994-1999)
-오피니티 에이피 대표이사(2005년~2008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2009년~2011년)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2011년~)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주요 약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겸 모바일 그룹장(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2011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실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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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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