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전세 대책은 빠져있다. 가속화 되는 월세시장을 대비한 정책만 즐비하다. 도저히 잡히지 않는 전세는 포기하고 세입자 부담이 큰 월세값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26일 세종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갖고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임대주택의 지속 가능한 공급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가 위험성을 떠안는 방식의 임대주택 리츠를 활성화 하기로 했다. 또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입자에게는 월세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 1개월치의 월세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계좌이체 내역만 있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준공공임대사업자에게는 재산세와 소득·법인세를 감면해주고, 양도소득세도 면제해 줬다. 행복주택은 지자체와 협업으로 계획대로 공급량을 채울 계획이다.
월셋집 공급과 월세액 부담 경감이 골자다.
전세대책은 주택기금 지원 전세보증금 지원대상을 3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시중은행 전세대출을 4억원 이상 전셋집에는 보증을 중단해 수요를 줄이는 것과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및 모기지 보증을 통해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로 활용 하도록 유도하는 정도다.
이번 대책은 잡히지 않는 전세시장은 차치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월세화에 대비했다. 대책은 세입자의 월세 부담 경감을 전면에 내세워 전세수요의 월세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을 담고 있다.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합동 브리핑 현장(사진=한승수)
정부는 지난해 8.28 전월세대책을 발표했지만, 전세시장은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셋값은 6.99% 상승했다. 전년 4.27% 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월세전환, 수요자 아닌 집주인 주도..전세 안정 대책 아쉬워
8.28 전월세대책을 통해 정부는 매매전환을 유도해 전세수요의 축소를 유도하려 했지만 임대차시장에서 월세화가 속도를 내며 전셋집 공급 부족은 해소되지 않았다.
임대인이 은행이자보다 수익율이 높은 월세 공급를 선호하면서, 임대시장에서는 전셋집 감소세와 월셋집 증가세가 빠르게 교차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정부가 유도를 하지 않더라도 전세시장이 월세로 가고 있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월세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하나"라며 "월세로 연착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속화되는 월세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임대차 수요자가 1순위로 원하는 전세에 대한 직접적인 대책을 마련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28전월세대책은 매매시장 활성화, 2.26전월세대책은 월세입자 주거비 부담 경감이 주요 골자다. 직접적인 전세 대책은 없다. 즉 대책에 따라 전세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거나, 월세로 갈아타지 않는다면 임대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월세화가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강자인 집주인에 의해 가속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거주 희망자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김준환 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전세는 주거와 관련된 지출을 최소화 하고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줘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임대형식"이라며 "매매시장이 안정되며 월세화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전세 수요에 대한 배려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