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국내 한 중소병원이 대형 손해보험사와의 치료비 분쟁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최종 승소했다.
해당 병원은 손해보험사의 주장을 인정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의 심의 결과에 불복,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각각 승소하며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 중소병원이 대형손해보험사와 치료비분쟁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 끝에 최종 승소했다.© News1
이번 판결에 따라 설사 기왕증이 있었다 하더라도 교통사고로 인해 증상이 악화됐다면 가해차량 측에 치료의 책임이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또 약자 입장인 중소병원이지만 근거가 뚜렷하고 양심에 거리낄 게 없다면 6∼7명의 변호사군을 동원한 대형 보험사를 상대로 맞붙어도 승소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중소병원 C병원장은 지난 2010년 4월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도중 추돌사고를 당해 내원한 김모 환자에게 약 4주간 보존치료를 했으나 증상 호전이 없자 5월 정밀검사 후 가해차량 보험사인 H손해보험사에 MRI필름, 결과지, 주치의소견서 등 서류 일체를 보냈다.
H손해보험사 자문의사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자문 결과 ‘입원치료(수술포함) 지불보증합니다'란 진료비지불보증서를 교부 받은 후 경추 4, 5번 부위의 추간판 제거술 및 고정술을 시행했다.
해당 환자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좌측 슬관절 동통이 발생해 타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8월 C병원으로 전원돼 정밀검사 결과 경추 4, 5번 부위의 추간판 파열과 관련 있는 좌측 슬관절반월상으로 확인됨에 따라 9월 중순까지 약 보름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C병원은 해당 환자에 대한 치료를 끝내고 H손해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했으나 H손해보험은 청구금액의 80%만 지급한 후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분쟁심의회에 진료비 심사를 청구했다.
심의회는 2011년 2월 해당 환자의 MRI 소견상 수핵은 수술이 필요치 않은 경도의 팽윤증 소견이고 그외는 사고와 무관한 퇴행성 골단 변화인 ‘Modic 변성증’(척추체의 퇴행성 변화)으로 수술이 시행됐으므로 이는 기왕증에 대한 수술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청구금액의 일부만 인정, 수술비 및 입원치료비의 상당금액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이에 C병원 측은 심의회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심의회의 결정을 인용한 1심에서 패소하자 곧바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제3의 의료기관에 진료기록감정촉탁을 의뢰해 김 모 환자의 증상이 기왕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에 의해 나타났다는 취지의 회신을 토대로 C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H손해보험사는 변호사를 1명 더 추가하는 등 변호인단을 강화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4명의 대법관 전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C병원장은 “이번 사건은 총액이 소액인 데다가 분쟁심의회와 1심 재판에서 패소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2심과 대법원까지 가는 2년6개월여의 지루한 법정싸움을 통해 최종 승소한 건”이라 설명했다.
또 “초반에 손해보험사의 요구를 인정하고 손을 뗐다면 병원의 손실은 훨씬 줄어들었겠지만 이 사건은 단지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계 전체가 그동안 겪어왔고 앞으로 겪게 될 문제라는 판단에 끝까지 가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쟁조정심의회의 판단이 최종 결정은 아니며 사법적 판단이 더 남아 있다”며 “그동안 중소병원들이 행정비용과 소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대형보험사와의 법적 분쟁에서 대부분 중도에 포기해 온 것으로 안다. 이번 판결은 의사들이 대형보험사의 횡포에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