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쏘나타 등 중형차의 잇단 출시 소식에 국산 소형차들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쏘나타, 쉐보레 말리부 디젤, 르노삼성차 SM5 디젤 등 각 사의 간판선수들이 출격 채비를 마쳤다.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진 국내 중형차 시장이 신차효과 등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
당장 다음달이면 중형 세단의 '대명사'인 쏘나타(LF쏘나타)가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다. LF쏘나타는 지난 2009년 YF쏘나타에 이어 5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형)된 7세대 모델. 쏘나타는 지난 1999년부터 1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에 오르며 '볼륨카'로서 확실한 입지를 갖고 있다. 다만 최근 쏘나타의 시장 점유율이 한계에 다다른 점은 우려 대목.
한국지엠은 쏘나타보다 앞서 오는 6일 신차발표회를 갖고 말리부 디젤을 공개한다. 쏘나타 출시 이전에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을 집어삼킨 디젤 열풍에 편승하겠다는 의도다. 2.0리터 디젤엔진이 장착된 말리부 디젤의 성능은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35.7㎏·m, 연비 16.4㎞/ℓ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유출된 가격이 예상을 크게 상회해 판매 저해요소로 꼽힌다.
르노삼성차는 오는 3분기 SM5의 디젤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말리부 디젤과 마찬가지로 디젤의 인기를 등에 적극적으로 등에 업겠다는 뜻. 이미 수출용으로 디젤모델을 갖추고 있어 국내 출시에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난달 SM5가 전년 동월 대비 22.3%나 판매가 감소하며 부진을 보이고 있어 디젤 모델 출시로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최근 중형차 시장은 급속도로 축소되는 추세다. 지난해 중형차 판매량은 총 19만9954대로, 전년 대비 16.0%나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 대비 17.7% 감소하며 시장 수요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움츠러든 수요를 타개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중형 세단 출시를 반전카드로 꺼내들었다.
중형차 상황이 급변하자 된서리는 소형차 시장이 맞는 형국.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과도 같다.
우선 중형차와 마찬가지로 최근 소형차 시장 흐름이 극도로 좋지 않다. 지난해 소형차(준중형 포함)는 전년 대비 8.9% 감소한 23만8864대가 판매됐다. K3와 SM3, 아베오가 판매 증대를 기록했지만 '국민차' 아반떼를 비롯해 대부분의 소형차가 부진했다. 올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달 소형차는 11만7946대 판매돼 전년 동월 대비 19.0% 감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마땅한 반등 요인이 없다는 데 있다. 판매고를 올리는 방법에는 신차 출시,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법론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신차 출시만한 게 없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 중형차가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올해 출시되는 국산 소형 신차가 없다는 점은 소형차 시장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입차의 공세도 소형차에게는 부담이다. 특히 2000cc 이하 소형 수입차의 판매 증가세는 국산 중·소형차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2000cc 이하 수입차는 총 8만3667대 판매됐다. 전년 대비 29.4% 급증한 수치로, 전체 수입차 판매의 53.5%를 차지했다. 수입차 등록 통계를 작성한 이후 2000cc 미만 차량이 50%를 넘긴 것은 처음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안전 및 성능에 대한 브랜드 신뢰도가 소형 수입차의 판매 증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옵션 몇 가지 추가하면 2000만원에 육박하는 소형차를 사느니 조금 더 보태 중형차나 중·소형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쏘나타의 판매에 중형차뿐만 아니라 소형차 시장의 운명이 달렸다"고 말했다.
거듭된 중형 세단 신차 등장에, 수입차의 공세가 강화되는 올해 국산 소형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길을 잃고 헤매는 형국이다.
◇LF소나타 예상도와 2014년형 말리부 가솔린 모델, SM5 플래티넘.(사진=카스쿱스, 쉐보레·르노삼성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