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국내 대부업체와 대부업을 소유한 일본계 금융회사 사이에 이중적인 잣대로 규제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양면성이 도마에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외국계 자본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과 14일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J트러스트는 각각 하이캐피탈대부와 KJI대부금융(원더풀론)을 인수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4월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를 인수하면서 국내 대부시장에 진출한 J트러스트는 대부업체 2곳을 추가 인수하며 국내 대부자산 규모가 4000억원에 육박했다.
J트러스트는 일본 금융지주회사로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와 유사한 형태지만 특이하게도 일본 금융감독청에 공식적으로 등록돼 있는 상태는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J트러스트의 KJI대부(원더풀론)와 하이캐피탈대부의 인수계획에 대해 좀 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기다리라는 의사)를 밝혔지만 J트러스트는 이를 무시하고 인수계약 공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J트러스트가 국내 대부업계에 깊숙히 발을 담그게 된 배경에는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2년 J트러스트가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자회사인 카드업체 KC카드를 주체로 보고 인수를 승인했다.
이후 J트러스트는 대부업 자산비중을 줄이키는 커녕 친애저축은행을 이용해 채권매입과 빚을 독촉하는 추심업무에 중점을 두고 국내 저축은행, 캐피털, 대부업체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J트러스트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인수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계 자본이 더이상 국내 저축은행, 대부업체를 인수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런 단호한 발언은 그야말로 국내업체들에 대한 립서비스일 뿐이다. 당국은 일본계 자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전히 '골칫거리'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방관할 뿐이다.
J트러스트의 대부업 인수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일본계 자본이 금융당국의 방침을 무시해도 수수방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가 질타를 받는 이유는 가교 저축은행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는 러시앤캐시와 웰컴론과 형평성이 맞지 않아서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허용 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는 신규 대부영업을 최소화하고, 대부잔액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러시앤캐시의 경우는 지난 10여년간 사회공헌 활동 등으로 기존의 '불법사금융'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한 뒤 저축은행 인수 협상자에 선정됐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규제가 뒤따른다"고 금융당국의 편파행정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은 SBI그룹의 저축은행 인수와 유사한 분위기로 국내 금융사는 엄하게 다루고 일본계는 관대하게 다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푸념했다.
금융당국도 일본계 자본의 빠른 사업망 확장에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분별한 진입을 억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라며 "추후 경영과정 등을 면밀히 지켜보며 필요시 협조, 당부요청 등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정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