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S산전, 日 지붕서 엔화 캔다

입력 : 2014-03-04 오후 4:57:22
◇일본 사이타마현 소카시에 위치한 세이리츠공업 옥상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된 모습.(사진=양지윤 기자)
 
[사이타마현(일본)=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자연 에너지 사용을 통해 직원들의 절전의식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0Km 떨어진 사이타마현 소카시. 이곳에는 종업원 150명이 근무하는 배전반 제조사 세이리츠공업이 위치해 있다.
 
회사 정문을 들어서자 네모반듯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 회사 옥상은 여느 업체들과 달리 조금 특별했다. 3층 옥상으로 올라서자 태양광발전 설비가 시선을 끌었다. 설비에는 가로 80cm, 세로 160cm 크기의 태양광발전 모듈 21장이 쓰였다. 모두 대한민국 LS산전의 제품이었다.
 
세이리츠공업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직후 3.78kw 규모의 태양광발전을 설치했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도쿄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전력난이 가중되자 일찌감치 태양광발전 시설을 들여왔다. 회사가 사용하는 전력 일부를 자체 충당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당시만 해도 정부의 보조금 혜택이 전혀 없던 탓에 설치비 전액은 회사의 몫. 최근 인근 공단에 설치가 늘고 있는 45kw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초소형이다.
 
이 회사가 얻은 것은 발전설비 크기 그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에너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가장 컸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전력 생산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에너지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인식의 변화는 '절전의 생활화'라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경제성도 수반됐다. 기존 대비 10%나 전기요금을 줄였다. 과거에는 전력회사와 전력사용에 대한 계약을 할 때 기업들은 항상 '을'이어야만 했다. 그러나 태양광발전 도입 이후 꼿꼿하던 '갑'의 태도도 다소 누그러졌다. 
 
태양광발전으로 전력 사용량의 일부를 자체 충당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전력 회사는 판매량 감소에 직면하게 됐다. 태양광발전 도입으로 전력생산 독점 체제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이는 경제 주체들 사이의 미묘한 변화를 불러왔다.
 
스즈키 시로 세이리츠 공업 시스템부 신에너지 담당은 "태양광발전 설비 도입으로 전기요금 절감은 물론 전력회사와 계약 전력량도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알려지면서 최근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려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일본 내 분위기는 LS산전에 직접적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S산전은 지난 2009년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일본 시장에 진출, 2013년 태양광 사업에서만 155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로, 일본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태양광 관련 기업들이 업황 침체로 한창 매출액이 급감하던 시기 LS산전만 나 홀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매출 증가의 원동력은 모듈을 판매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전력 인프라를 함께 공급한 덕이 컸다. 인프라 구축사업의 수익성을 간파하고 선제대응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LS산전은 세이리츠공업과 같은 중소기업부터 대형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모듈 위주의 공급에서 벗어나 인버터와 전력 모니터링 시스템을 일괄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1MW(메가와트) 이상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인 '메가 솔라'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메가솔라 사업은 발전 사업자들은 물론 시공 업체들에게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통해 20년간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점이 알려지면서 태양광발전에 진출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반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스템 업체의 증가 속도는 더뎌 모듈처럼 출혈경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다. 전력 인프라 사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춘 LS산전이 태양광발전 시스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LS산전은 일본 시장에서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스템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전종세 LS산전 일본 법인장은 "최근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늘면서 그간 모듈 위주였던 시장이 모듈과 시스템을 한 데 묶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발맞춰 시스템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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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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