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자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위기 도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현지시간) 요아킴 펠스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일본화(化)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상태이며, 점점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물가 하락의 가능성을 35%로 내다보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유로존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비치는 전달과 동일한 0.8%를 기록해 여전히 ECB의 목표치 2%를 크게 하회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지 반년이 다 돼가면서 디플레이션 경고등이 울리고 있지만, ECB는 아직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현재 유로존에는 미약한 경제성장률과 은행들의 대출 축소, 높은 환율, 지속되는 통화정책 논란 등 1990년대 경기침체 직전 일본에서 나타났던 일련의 현상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바클레이스나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각 금융사의 전문가들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과거 일본은행(BOJ)이 디플레이션 경고를 감지하지 못한 것처럼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1993년 당시 야수오 마츠시타 BOJ 총재는 지속되는 저물가 현상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갑자기 떨어질 리 없다"며 "디플레이션 압력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식료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는 하락했고, 기업과 소비자들은 추후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와 소비를 급격히 줄이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은 15년 동안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펠스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은 BOJ의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은 만큼 현재 ECB가 간과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며 "양적완화를 곧 시행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