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허락없이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본인 여부 확인이나 개인식별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경우가 아니면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원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김모씨(73)의 상고심에서 일부를 파기환송하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주민등록법 제37조 제10호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과 같이 명의인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신분증명문서를 제시하지 않고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만으로 본인 여부의 확인 또는 개인식별 등을 하면서 주민등록번호 명의인의 허락 없이 마치 허락을 얻은 것처럼 행세하거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그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규정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피고인이 직원채용을 가장해 허락 없이 박모씨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문서를 대학 학적조회팀 담당자에게 발송해 담당자가 학적조회시스템에 이를 입력하게 하여 박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했다고 판단했지만, 피고인이 이런 행위만으로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신분확인과 관련해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주민등록번호 부정사용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있는 한 아파트의 동대표였던 김씨는 당시 다른 동의 대표였던 박모씨가 공개한 학력이 여러 차례 달라지자 의구심이 생겨 2011년 동대표 선거와 관련해 입후보자에 대한 학력을 조회하는 것처럼 꾸며 대학 3곳의 학사지원팀에 박씨의 학력 정보를 요청한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본인의 허락없이 박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문서를 대학측에 발송했고, 대학 담당자는 학적조회시스템에서 박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김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3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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