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등록금을 내지 않은 유학생에게 등록금 납부 영수증을 발급한 이유로 해고된 A대학의 교원이 법원 판결로 복직할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부(재판장 이승택)는 A대학의 학교법인 B학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2009년 교과부는 유학생이 불법으로 취업하는 것을 막고자 '외국인 유학생 관리 부실대학 제재방안' 문건을 A대학을 포함한 일부 대학에 보냈다.
유학생 이탈률이 50% 이상이면 행정제제를 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시 이모씨는 A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모집과 관리, 사증연장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유학생의 중도이탈을 막는 것이 이씨의 주된 업무였다.
그는 2011년 등록금을 미납한 외국인 유학생 4명에게 등록금을 납부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허위로 등록금 납부 영수증을 발급해줬다.
등록금을 미납하면 사증연장이 제한돼 유학생 이탈 숫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었다.
이에 따라 A대학의 유학생 이탈자는 2005년 53명, 2006년 92명, 2007년 144명, 2008년 47명을 기록했으나, 2009년에는 7명, 2010년 14명, 2011년 11명으로 줄었다.
이씨의 상급자인 박모씨는 "업무의 특성상 등록금 미납자에 대한 영수증 발급은 관례였고, 이는 학교의 이익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오히려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질러 학교의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며 2012년 11월 이씨를 징계해고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씨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복직을 명령했고, 학교 측은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가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는 범죄행위로 비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징계해고는 징계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유학생 이탈률을 관리하는 것이 이씨의 주요한 업무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을 신고하면 사증연장이 제한돼 불법체류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등록금 납부를 약속하며 영수증 발급을 요청할 경우 이를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7년에도 A대학에서 성적을 부여받은 외국인 유학생 5명이 등록금을 내지않은 사실과 국제교육원 직원의 증언에 비춰, 이러한 업무 처리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등록금 납부 영수증을 발급해주고 자비로 200만원을 대납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