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프로모션의 이면.."눈앞 이득에 시장 내주는 꼴"

수입의약품 의존도 높아질 수 있어..정부, 통제력 ‘악화’
“국민 약값 부담 증가될 수 있다” 지적도

입력 : 2014-03-06 오후 5:34:24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 간 ‘윈윈 마케팅’ 차원에서 코프로모션 전략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프로모션은 다른 회사와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같은 상품을 동일한 이름으로 공동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국내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 제품을 대신 영업, 판매해 일정 부분의 수익률을 가져가는 구조다.
 
문제는 신약 개발은 뒷전에 두고 다국적제약사 제품만 끌어다 판매에 열중하면서 본연의 경쟁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돼 약가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종국에는 국민의 약값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또 국내 제약사들 간 출혈경쟁도 우려스럽다. 다국적제약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가격경쟁마저 마다하지 않으면서 마진을 놓고 국내 제약사들 간 싸움판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이를 이용해 몸값만 높이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정연진 일동제약 사장(왼쪽)과 리즈 채트윈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사장이 지난 5일 코프로모션 협약식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지난 5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제2형 당뇨병치료제 ‘온글라이자’ 협약식을 가졌다. 일동제약은 앞으로 ‘온글라이자’ 병의원 영업 및 마케팅을 대신한다.
 
앞서 지난달에는 한미약품과 한국MSD가 한국시장 내에서의 쌍방향 협력관계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MSD의 ▲안드리올(남성갱년기장애치료제) ▲코솝에스(녹내장치료제) ▲에멘드(항구토제) ▲인반즈(항생제) ▲리비알(여성갱년기치료제) ▲프로페시아(탈모치료제) ▲프로스카(전립선비대증치료제) ▲이지트롤(고지혈증 치료제) ▲포사맥스 패밀리(골다공증 치료제)등 9품목을 대신 영업, 판매한다.
 
지난해 9월에는 제일약품과 한국다케다제약이 당뇨병치료제 ‘네시나’의 조인식을 가졌다. 모두 전형적인 코프로모션 방식이다.
 
지난해 매출 1위를 기록한 유한양행은 코프로모션 의존율이 가장 높은 제약사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943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2000억원 이상을 코프로모션 마케팅으로 올렸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마케팅 전략을 비판한 생각은 없다. 다만 국내 제약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R&D를 통한 글로벌 신약개발만이 길”이라며 “만약 다국적제약사들이 일방적으로 코프로모션을 취소할 경우, 매출감소와 영업이익 감소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눈앞의 이득에 집착해 너도나도 코프로모션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결국에는 우리 제약산업의 경쟁력이 무너져 내리고 시장만 내주게 될까 두렵다"는 심정을 전했다. 
 
실제 동남아 국가들 중 자국 내 제약산업 기반이 무너져 다국적제약사 수입의약품에 국민건강권을 의존하는 사례들이 다수 있다.
 
한국제약협회가 발간한 ‘2014년 한국제약산업 길라잡이’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아시아 국가의 다국적제약사 수입의약품 비중은 베트남 85%, 태국 75%, 싱가포르 97%, 대만 74%로 나타났다.
 
특히 대만의 경우 매출 20대 제약사 중 다국적사 11개가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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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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