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극한대립에 전운 고조..관건은 '여론'

입력 : 2014-03-07 오후 5:47:52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극한대립이다. 오는 10일 의료계 총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가 초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접점은 없어 보인다. 충돌만 남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이번 의료계 총파업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불법휴진에 참여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관련 법률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도와 시·군·구에 10일 진료명령 발동지침을 하달한 상태로, 이를 어기면 15일간의 업무정지 등 처분이 가해진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채증 작업을 거쳐 휴진이 적발된 경우 11일부터 업무정지처분 예고장을 송부할 방침이다. 
 
문 장관은 또 “의사협회 요청으로 의료발전협의회를 운영했지만 정부와의 협의 결과를 거부하고, 불법 휴진을 결정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적인 집단 휴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는 대검찰청 공안부를 비롯해 경찰청, 복지부 등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의사협회 집단휴업 관련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불법 집단휴업 주동자 뿐 아니라 휴업에 참여하는 의사들에 대해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처벌을 병행하는 등 엄정 대응키로 했다.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7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의료계 파업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사진=이경화 기자)
 
검찰은 의협이 집단 휴업에 들어갈 경우 복지부 등 관계 기관의 고발에 따라 신속히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협 소속 의사들의 집단휴업을 주도하고, 전국 50개 수련 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4000여명이 근무지를 이탈하는 데 관여한 의사 A씨의 경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면허가 취소된 전례가 있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 방침에 의료계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정부가 이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예정돼 있던 2차 파업을 15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노 회장은 특히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며 향후 정부의 대응 방향에 따라 전면적 대정부 투쟁을 벌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파업 확산의 최대변수인 전공의들의 투쟁참여 열기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수도권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들의 10일 총파업 참여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8일 전국 전공의 대표자 회의에서 투쟁열기가 고조되면 전공의들의 총파업 참여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총파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던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6일 긴급성명을 통해 “현재와 같은 의료환경에서는 의원 및 중소병원은 물론, 상급종합병원까지 존속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의료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병협은 또 “보건복지부로부터 집단휴진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그러나 아직 연장 요청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협과의 각을 완화시키는 한편 이번 기회를 병원 경영환경에 대한 개선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반해 환자단체는 의료계 총파업과 관련해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집단휴진 결정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의협이 주요 쟁점으로 내세운 원격진료 허용 및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과 같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의협과 같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앞으로의 향방은 여론이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노환규 회장 또한 "여론이 이번 싸움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향후 여론전을 강화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의협은 그 일환으로 이날 주요 일간지에 이번 총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의사집단의 이번 총파업을 수가 개선 등 제 밥그릇에 사로잡힌 투쟁으로 치부할 경우 무게 중심은 급속도로 정부로 기울 수 있다. 그간 의약분업 반대, 리베이트 수수 등 국민에게 비친 단편적 모습들은 사회 기득권층인 의사들에 대한 혐오감만 키웠다는 평가다.
 
반면 의료계가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고 의료제도 전반의 개선을 촉구함과 동시에 공공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국민 선전을 강화할 경우 '민영화의 덫'에 갇힌 정부로서도 어려운 싸움이 된다.
 
특히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수정권의 지지축인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은 분명 정부에게도 부담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철도 파업처럼 무작정 공권력을 투입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사태가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 궁극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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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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