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앞두고 편갈리는 의료계..의료대란 `걱정없다(?)`

입력 : 2014-03-04 오후 7:37:29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 본격적인 파업 일정에 돌입키로 하면서 총파업이 현실화됐지만 ‘의료대란’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달리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 의료계를 구성하는 내부 이해관계가 엇갈려 파업 동력 확보가 녹록치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의협은 최근 전체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10일 총파업 돌입을 묻는 찬반투표에서 76.69%의 찬성으로 총파업 가결을 이끌어냈다. 의협 발표에 따르면 현 의사수 9만710명 중 53.78%인 4만8861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3만7472명(76.69%)이 총파업에 찬성했다.
 
이중 봉직의는 3만1031명, 개원의는 2만6223명, 수련의는 1만157명, 공보의는 1489명, 기타 1023명으로 파업찬성에 투표한 의사들 중에는 개원의와 전공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월급의사)들이 다수다.
 
주요쟁점은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설립 반대, 저수가 개선 등 불합리한 건강보험제도 개혁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댄 의정협의체는 진통을 거듭한 끝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료됐다.
 
의협은 의료계 총파업 개시 시점으로 정한 10일까지 파업 동력을 최대한 끌어 모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파업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되는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 내부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의협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한 개원의는 약 2만6223명이다. 이들은 동참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면 되지만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중대형급 병원 경영자협의회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1월 의협 투쟁 명분 중 하나인 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해 “의료법인의 경영난 개선을 위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병협은 “병원의 문을 닫고 투쟁하는 것은 환영하지 않는다”고 파업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힘에 따라 이번 파업에 병원이 참여할 확률은 지극히 낮은 상황이다. 병원에 소속된 봉직의·전공의들 또한 이를 무시하고 파업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병원에서는 의협 주도 총파업에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경남소재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봉직의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통화에서 “원장 자신이 (파업)의지를 가지고 직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의사로서 (파업이유)공감은 하지만 월급 의사 신분이라 병원이 자발적으로 파업에 협조하지 않는 이상 동참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사집단 성향자체가 보수적인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파업 찬반투표율과 적극적인 투쟁이 무척 놀랍다”고 전하기도 했다.
 
경기도소재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또 다른 봉직의는 “이번 파업 쟁점(원격진료 등)들은 병원과 연관되는 부분이 없다”면서 “파업에 동참할 종합·대형병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선병원에서 근무하는 상당수 전공의들도 현실적 한계에 직면하는 등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전공의들이 그동안 반대하고 나섰던 유급제와 관련, 정부가 지난달 철회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전공의들이 이번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서울소재 A대학병원 전공의는 “우리병원은 파업에 대해 병원에서 직접적으로 압박해오는 것은 없다”며 “하지만 당장 환자 진료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사로서 혼란스럽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과마다 다르겠지만 외과의로서 숨도 못 쉴 정도로 바쁜데 파업 동참은 힘들 것 같다. 또 소속 병원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어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실제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전공의는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면서 “정부가 전공의들의 반대가 극심했던 전공의유급제(수련시간 80시간)를 철회했다고 해도 정부 정책에는 여전히 불만이 크다. 파업에 이른 것은 정부책임도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소재 S대학병원 전공의는 “교수들이나 병원에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파업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병원경영자들이나 교수들이 과연 후배를 위한 생각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소재의 한 대학병원은 병원 내부적으로나 교수 및 전공의들이 파업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의료계 총파업에 가장 많은 참여가 예상되고 있는 개원가도 병원 휴진을 두고 고민이 역력했다. 개원의원들은 90% 이상이 단독으로 진료를 보고 있어, 가뜩이나 의원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기도소재 한 개원의는 “파업 찬성에 투표는 했지만 참여할지는 고민 중”이라며 “정부와 협상이 결국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게 된 마당에 파업에 들어간다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계 파업에 대한 정부 강경대응 방침에 대해 “방법이 틀렸다.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도 있다”며 “정부는 협박이 아닌 대화를 통해 이번 파업 사태를 해결해야한다. 여러 가지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2월15일 의사협회 비대위 소속회원들이 여의도 공원에 모여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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