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힘겨루기에 난처한 아베..'전전긍긍'

입력 : 2014-03-07 오후 7:41:41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아베 신조(사진) 일본 총리의 외교 정책이 암초를 만났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로이터통신)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국 불안과 연루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해외 자산도 동결하겠다고 했다.
 
경제적 압박을 가해 러시아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유럽과 일본 등 동맹국에도 비슷한 내용의 경제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러시아 소치를 직접 찾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개막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정 조정에서부터 세심한 배려를 했고 식사 자리에서는 고급 음식과 보드카로 극진한 대접을 했다.
 
푸틴 대통령과 스킨십을 강화한 아베 총리로서는 지금의 국제 정세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일부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리 예견한 푸틴 대통령이 사전 작업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과 미국의 공조를 막기 위해 일본을 먼저 포섭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의 일본의 부담감은 지난 3일 발표된 주요7개국(G7) 공동 성명에서도 묻어난다.
 
당시 미국이 작성한 초안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모든 당사국이 자제력 있게 행동하길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릴 시간은 그다지 많다. 이달 중 러시아 군 고위 관계자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일본이 러시아측에 호응할 경우 미국의 불만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러시아의 서운함이 깊어질 것이다. 러시아의 마음을 잃을 경우 러시아와 중국이 합세해 영토 문제를 일본을 걸고 넘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한 국가 안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합심해 러시아 제재에 나서면 일본도 어쩔 수 없이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베 총리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임기 내 쿠릴열도 4개 섬 반환과 같은 영토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며 "지금의 상황은 결코 아베 총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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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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