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한 10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들 역시 동네의원들의 파업 참여가 저조하면서 외래환자들의 쏠림현상을 겪지 않았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측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까지 포함한 하루 평균 유동인구를 3만여명으로 추산한다. 병원 측은 유동인구가 평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교수진들도 파업이 없던 평소 월요일 아침처럼 6시부터 9시까지 정상적으로 회진을 돌았다고 말했다.
◇6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외래 접수 창구. 전공수련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약 20%였고 수술과 외래진료 등 진료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사진=이충희 기자)
전날까지만 해도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사실상 비상 상황이었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포함해 500여명의 전공의 과정 의사들 중 300여명 가까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하지만 이날 오전 자체 집계된 파업 참여 전공 수련의들의 숫자는 전체의 20% 수준인 100여명에 불과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여파는 있었으나 진료에 차질을 빚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 레지던트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남아서 환자를 보고 있다"며 "평소보다 여유는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 전과 비교했을 때 100% 수준은 아니겠으나 외래와 수술 등 진료에는 차질이 없다”고 전했다.
환자들 또한 큰 혼란을 겪지 않았다. 이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정춘모씨(67세)는 "4년동안 3개월에 한 번씩 세브란스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하고 있지만 평소와 다른 것이 없었다”라며 “방송을 보고 우려가 돼 평소보다 서둘러 병원에 왔지만 오히려 진료 대기시간이 더 짧았다. 더 한산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역시 크게 바쁜 모습을 연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응급실이 아닌 외래진료로 흡수되고 있어 오히려 한산한 모습이었다. 병원 관계자들의 다소 여유 있는 모습에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10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의 의료진들이 진료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사진=이충희 기자)
세브란스병원과 마찬가지로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선 서울 백병원도 별반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백병원 관계자는 “전체 전공의 68명 중 일부만 파업에 참여하고 있고, 파업 참여율은 다소 적어 집계에 의미는 없다”며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들을 대신해 수술과 진료에 전혀 차질이 없도록 대비해서 환자들의 불편은 없다”고 밝혔다.
신경정신과에서 치매 환자들을 돌보는 한 간호사는 “아침 회진도 평소와 다름없이 인턴과 주치의들이 진료를 봤다”며 “파업에 참여하는 인턴들은 오후 5시 이후 다시 진료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택시기사 김일평(64)씨는 이번 의료계 총파업에 대해 "인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사람을 우습게 알면 되냐"며 "사람 죽이려고 작정하는 것 아닌가. 정부에서 강력하게 제재해서, 안되면 면허 취소까지 시켜야 한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촌 세브란스병원 입원환자 김모(39)씨는 "정부가 의사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해 반발하려는 것 아니겠냐"며 "의사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옹호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전체 전공의 1만7000여명 중 7190명이 집단휴진에 동참해 현재 42%의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