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는 박근혜 정부가 그 동안 펼쳐온 규제 완화 정책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이번에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지역과 산지, 농지에 대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꽁꽁 묶여있는 녹지, 농지, 산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줄테니 자금력 있는 민간은 들어와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규제 완화는 난개발과 환경파괴, 부동산 투기 등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규제완화로 투자가 늘더라도 오히려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한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 대책에 난개발 등의 부작용을 막을 이렇다할 방안이 제시된 것도 아니다.
◇정부는 지난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식 브리핑을 열고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서승환 국토부장관, 이동필 농림부장관, 이원종 지역위원장, 현오석 부총리, 윤상직 산업부장관, 신원섭 산림청장.(사진=기획재정부)
13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었다. 그 동안 그린벨트 해제지역은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지만 '주거지역'으로 묶여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역에 규제를 풀어 준주거와 근린상업·준공업지역으로 용도를 활용토록 했다.
따라서 앞으로 전국적으로 1530㎢에 이르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형 쇼핑몰과 병원, 호텔은 물론 공장도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또 이전에는 4~5층짜리 주택만 지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20~30층짜리 고층 아파트도 지을 수 있다.
농지 규제도 대폭 풀렸다. 현행 농지법은 공공단체, 학교, 농업생산자단체, 비영리 농업연구기관 등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과열된 부동산 투기로부터 농지를 보호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바이오·벤처 기업의 부설 연구소 등도 시험·연구용 작물재배를 위해 농지가 필요하면 농지를 소유토록 허용했다. 또 농업진흥구역에서 농지전용을 통해 건축할 수 있는 시설의 종류와 범위를 확대하고 작물재배 이외 용도로 농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연장했다.
산림 보존 위주로 묶여있던 산지 규제도 완화했다. 정부는 산지 전용 허가기준을 완화해 휴양·힐링·신재생에너지 등 입지 수요에 따라 산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병원만 설치할 수 있는 보전산지 안에는 장례식장, 주차장 등 의료 부대시설도 들어설 수 있도록 관련 법규도 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녹지·농지·산지 규제 완화가 환경파괴는 물론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기업들이 산업단지나 혁신도시 등을 놔두고 그린벨트 해제지역이나 녹지를 선호하는 것은 향후 땅값 상승 가능성이 높아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지역 규제 완화는 지방 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포함돼 있어 수도권 과밀화 및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부장은 "결국은 지역 균형 발전이 아니라 수도권 과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환경오염과 난개발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예방조치는 찾아볼 수 없다. 고작 내놓은 거라고는 개별 사업별로 대응하겠다는 입장 뿐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환경영향평가나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나 다양한 의견청취를 통해서 난개발이나 특혜시비나 이런 것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보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규제완화로 투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난개발과 환경파괴 등으로 인한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약 14조원+a'의 투자효과가 날 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역경제가 부진한 근본원인은 저성장 속 경기상황이 안좋고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기 때문인데 규제를 풀어준다고 기업투자가 얼마나 늘겠냐"며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보다 세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