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 기자] 수천억원의 분식회계와 조세포탈,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9)이 경영상의 판단이었다는 주장을 펴며 무죄를 주장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김종호)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회장의 변호인은 먼저 차명주식 매각대금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에 대해 "회사가 보유한 주식이므로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수천억원의 차명주식을 보유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차명주식의 양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한 주식도 조 회장의 개인 명의가 아닌, 효성그룹 명의로 보유했다"며 "차명주식의 실소유주를 밝히면 합자회사와 맺은 약정을 어기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형사재판에서 SPC를 통한 거래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판례를 언급,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회계분식으로 1237억여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와 관해서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타개하고자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실기업인 효성물산을 우량계열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은 가산세까지 포함해 모두 낸 상태"라며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법인에 장비를 넘기고 기술료 명목으로 690억여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도 "국제경영 전략으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관행"이라며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금감원이 조 회장이 보유한 차명주식의 실소주유를 밝히라고 요구하자, 이를 처분해 매각한 후 확보한 현금을 스위스 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회사를 위해 쓰인 자금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법인에 물건을 넘기는 과정에서 로열티라는 거래항목이 있었으나, 기술료 명목으로 따로 책정된 690억원을 받았다"며 "수출대금을 부풀려 가공해서 기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특경법상 배임·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조 회장이 받고 있는 각각의 혐의에 대한 범죄 액수는 분식회계 5000억여원, 탈세 1500억여원, 횡령 690억여원, 배임 230억여원, 위법 배당 500억여원 등 약 8000억원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45)은 사적으로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 16억원을 효성 법인자금으로 결제해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식을 매매해 세금 110억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효성그룹 비리 사건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