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긴장 고조 속 결국 러시아行?..푸틴손에 달린 크림반도

군사 충돌 위험 급증..신냉전 시작 되나
분리독립 움직임 확산..제2의 크림 나오나
푸틴, 크림 분리·독립 채택할지 관심 집중

입력 : 2014-03-17 오후 4:25:0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이 엄청난 지지율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경제·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
 
우선 애초부터 이번 국민투표를 반대했던 미국 등 서방측과 지지 입장을 표명한 러시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크림반도에서 시작된 분리독립 움직임이 본토까지 확산되고 있어 양측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으 성원에 힘입어 러시아 정부가 크림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푸틴이 결정적인 순간에 러시아 귀속을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군사력이 예전만큼 강성하지 않은데다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 투표 종료..95% 러시아 귀속 '찬성'  
 
절대다수의 크림 주민들이 러시아를 선택했다. 크림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크림 주민 95.5%가 러시아에 귀속되는 데 찬성했다는 잠정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잔류를 원하는 주민은 3.5%에 그쳤다.
 
개표가 절반 정도 진행된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사실상 크림의 러시아 편입이 확정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는 크림 주민의 93%가 러시아 귀속에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크림 바흐치사라이에서 한 여성이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크림의 안보와 경제적 실익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 쪽이 낫다는 지역 여론의 결과물로 보인다.
 
투표에 참여한 64세의 나제즈다 콜키나는 "러시아만이 크림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어서 합병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며 "투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투표에는 등록된 유권자 153만명 중 83%가 참여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총선 때보다 2배나 많은 수준이다.
 
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크림 의회는 오는 17일 러시아에 귀속 신청할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크림 의회는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브냐 사용을 중단하고 다음 달 1일부터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를 쓰기로 했다.
 
세르게이 악세노프 크림자치공화국 총리는 "다음 주부터 크림은 러시아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다만, 모든 시스템을 러시아에 맞추려면 일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러시아 상·하원이 크림이 제출한 귀속 안을 승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하면 모든 절차는 마무리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 주민투표는 합법이며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오는 21일까지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법에 명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군사 충돌 위험 급증..신냉전 시작 되나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번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러시아와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서방은 러시아의 크림 개입이 중단되지 않으면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투표 전부터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을 국민투표는 불법"이라며 "국제사회는 크림반도 지위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 배치하고 있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군 병력 6만명을 우크라이나 국경선에 배치해놨다.
 
◇러시아 군용 트럭이 우크라이나 외곽 지대에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15일 내로 1만5000명의 지원병을 모집해 국경 방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중앙정부는 러시아로 가는 국경을 전면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병력 규모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간접 지원에 나서면서 동서 냉전이 재현되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 펜타곤은 러시아의 군사 개입 움직임이 이어지자 F16기 12대를 폴란드에 급파했다. 리투아니아에도 F-15 전투기를 배치해놨다. 러시아에 압박감을 심어주려는 의도다.
 
미국 정부는 필요 시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대를 투입하는 계획 또한 검토 중이다.
 
존 매케인 미 상원 의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지원병을 보내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 의원도 "미국은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유럽연합(EU)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EU국들은 러시아 자산 동결, 러시아 인사 입국 금지, 등의 2차 제재를 오는 17일에 열리는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구체화하기로 했다. EU는 이미 1차 제재로 비자 면제 협정을 비롯한 각종 협상을 중단했다.
 
미국과 EU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목소리를 내자 신냉전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
 
프레드릭 에릭슨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소장은 "냉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유럽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경제·정치적 개입을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분리·독립 움직임 우크라 본토로 '확산'.."제2의 크림?"
 
게다가 크림의 분리독립 여파가 우크라이나 본토에까지 퍼지고 있어 냉전 구도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들이 크림의 국민투표 결과 소식에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분리독립의 열기가 반도에서 본토로 전이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수천의 우크라이나 동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푸틴을 연호하며 자신들에게도 미래를 결정할 투표권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스베틀라나 젬리안카야 대학교수는 "우리도 크림처럼 국민투표를 하기 원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파시스트 정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는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인들이 검찰청을 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은 검찰청 내부에 걸려있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찢으며 "도네츠크는 러시아 소속이다"를 외쳤다.
 
◇친러시아 시위대가 정부 진압대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사실 투표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제2의 크림을 꿈꾸는 러시아 급진주의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15일에는 우크라이나 두 번째 도시인 키르키프에서 러시아파와 서방파가 충돌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친러시아 시위가 이어지자 서방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크림지역 하나가 러시아로 넘어가도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우크라이나 본토에서도 친러시아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는 서부로 진출해 전지구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러시아를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끊임없이 견제해 왔다.
 
불룸버그 통신은 서방과 러시아 간의 세력 다툼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려는 러시아 국민들의 열망 또한 냉전의 망령을 부르고 있다. 러시아 대표적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레바다-첸트르(Levada-Center)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시민의 72%가 푸틴의 강경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3년래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서방의 군사 위협에도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 대국민적 지지를 꼽았다.
 
아타톨리 카프라로브 어드버타이징 에이전시 대표는 "러시아에 크림반도는 경제적 이득과 관련된 사안이 아닌 국가의 자부심과 긍지에 관한 문제"라며 "푸틴이 군사·경제적 압박에도 서방에 굽히지 않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크림 사태 확산 여부.."푸틴에게 달렸다"
 
이제 푸틴(사진)의 결단만이 남았다. 크림 국민투표의 동의를 거친 분리·독립안은 러시아 의회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국민이 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은 넘어온 법안에 사인 한 번 만 하면 된다.
 
(사진=로이터통신)
러시아는 지난 2008년에도 조지아를 무력으로 침공해 친러시아계 자치공화국인 남오세티야, 압하지야를 분리시켰던 경험이 있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조지아를 수복했던 것과 크림 사태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푸틴이 상·하원을 통과한 크림 귀속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푸틴이 미국과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크림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FT는 러시아가 서방과 냉전을 벌이기엔 군사력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크림의 러시아 귀속은 서방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우크라이나의 영토 통합성을 존중하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담 또한 푸틴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크림을 차지하는 대가로 유럽 등과의 경제 관계가 모두 단절되면 내수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5%는 EU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반대로 러시아와의 무역으로 EU가 얻는 실익은 GDP의 1%에 그친다. 크림 악재로 유럽과의 관계가 멀어지면 러시아 쪽이 훨씬 더 손해라는 말이다.
 
러시아 경제 전문가들과 고위 관리들 또한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러시아 헌 고위 관료는 "서방의 제재로 금융권 등 경제 회복이 10년 정도 지연될 것"이라며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삼 분의 일 정도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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