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남자부 신치용(왼쪽부터) 삼성화재 감독, 고희진 선수,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최태웅 선수,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 강민웅 선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우리는 우승 맛이 어떤지 알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시즌 전부터 '현대가 1강'이라고 했는데,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선수들이 그 어느 해보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그 간절함을 믿고 가보겠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
얼핏 들으면 거만할 정도로 들리는 신치용 감독의 말에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만큼 프로배구 남자부에서 삼성화재 위상은 높고 전력도 매우 강력하다.
삼성화재의 아성을 꺾고 우승을 거머쥐려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간절함은 올해 또한 남달랐다. 삼성화재가 우위를 지킬까, 두 도전자 중 한 팀이 미소짓게 될까.
한국배구연맹(KOVO)은 17일 오후 서울 리베라호텔(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NH농협 2013~2014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남자부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포스트시즌 진출 3개팀(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의 감독과 대표 선수가 참석했다. 각팀 대표 선수론 고희진(삼성화재), 최태웅(현대캐피탈), 강민웅(대한항공)이 모습을 보였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우리는 우승 맛이 어떤지 안다"
삼성화재는 9차례의 V리그 시즌 중 무려 7번이나 우승한 강호다. 지난해까지 6회 연속 우승의 진기록도 달성했다. 단기전 성과만 좋은 팀도 아니다. 정규리그 1위는 5회나 기록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절대 강호'로 부를만 하다.
신 감독은 이날 말이 많지 않았다. 긴 이야기를 안 해도 충분히 자신감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자가 우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물었을 때 답변으로 내놓은 "우리는 우승 맛이 어떤지 알고 있다"는 표현은 오랫동안 회자될 것 같다. 삼성화재를 이끄는 감독이기에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런 말이었다.
이날 신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은 프로니까 어느 팀이든 열심히 하는 것"이라며 포스트시즌 대비 상황에 대해 담담히 설명했다.
하지만 신 감독도 사람이기에 손쉽게 가는 길을 원했다. 현장의 많은 관계자를 웃음짓게 했던 '3-2' 발언이 그것이다.
신 감독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플레이오프의 3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 3-2, 3-2 경기를 치르고 챔프전(챔피언결정전)에 왔으면 좋겠다. 어느 팀이든 하루걸러 한 경기를 하면 체력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남은 생각은 우승 뿐이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삼성화재가 빈번하게 가져갔지만, 현대캐피탈도 충분히 강팀으로 부를만한 팀이다. '전통의 명가'로 불리는 현대캐피탈은 올시즌 또한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다.
김호철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올 시즌이 가장 힘들었던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고 남은 생각은 한가지 뿐이다. 플레이오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더불어 김 감독은 "신치용 감독이 시즌 전에 현대캐피탈을 '1강'으로 예상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며 신 감독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이 우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선수를 거론했다. 그는 "시즌 전 출사표에서도 밝혔듯, 우리는 선수를 믿는다"고 답했다. 짧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김 감독은 최태웅의 분발을 촉구했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해줬으면 바라는 선수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은 세터 최태웅이다. 남은 부분을 책임지고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3전4기'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 "간절함을 믿는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끝내 우승컵 주인이 되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챔피언결정전에 오른다면 4년 연속이다. 이번에는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김종민 감독은 "이번 시즌도 어렵게 어렵게 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선수들이 흘린 땀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선수들이 그 어느 해보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그 간절함을 믿고 가보겠다. 3전4기로서 잘 붙어보겠다"라고 출사표를 단졌다.
김 감독이 꼽은 키플레이어는 곽승석이다. 경험이 많지만 현대캐피탈·삼성화재와 경기를 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곽승석이 현대캐피탈이나 삼성화재와 하면 많이 흔들렸다.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미쳐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외국인 선수인 마이클에게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트시즌은 20일 여자부 경기를 시작으로 17일간 치러진다. 남자부 플레이오프는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내에서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3전2선승제로 겨루며, 챔피언결정전은 플레이오프 승자와 정규리그 선두팀 삼성화재의 5전3선승제로 진행한다.